부동산 하락장에 청약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청약 불패로 불려 온 서울에서도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최근 수원에서 네 자릿수대 경쟁률을 기록한 분양단지가 등장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날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무순위청약 6가구에 1865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전용면적별로 ▲49㎡ 2가구 121대 1 ▲59㎡A 2가구 233대 1 ▲59㎡B 1가구 146대 1 ▲74㎡ 1010대 1 등이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수원115-6구역을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15층, 33개동, 총 2586가구가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매교역과 인접한 역세권으로, 지난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청약통장 가입자 수와 청약 경쟁률 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 단지가 청약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로 저렴한 분양가가 꼽힌다. 전용 59㎡B의 경우 지난 8월 급매물이 5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분양가는 4억2000만원대였다.
전용 74㎡도 분양가가 5억3000만원대로 시세 대비 낮다. 맞은편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전용 74㎡가 지난 8월 7억원에 팔렸다. 이를 반영하면 2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세 차익 규모를 두고 청약 수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경제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계약취소 물량의 경우 잔금을 치러야 하는 기간이 촉박한 편이라 자금 조달 계획도 충분히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은 10월 첫째 주 수원 아파트 매매가격이 0.3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셋째 주 이후로 38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공급 물량이 많은 점도 부담이다. 아실에 따르면 수원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1만233가구와 올해 1만813가구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9358가구가 들어선다. 아실이 추정한 수원지역 적정 공급량인 연간 5900가구를 크게 웃돈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과 분양가는 지속해서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분양가를 적용한 단지는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거래절벽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입주 물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점이 집값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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