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우리은행 707억 횡령범' 부모·지인에 준 189억 찾으러…檢, '1심 환송' 특별항소
입력 2022-10-07 09:34  | 수정 2022-10-07 10:44

우리은행 회삿돈 707억원을 횡령한 은행 직원 일당이 부모나 지인들에게 빼돌린 189억원을 되찾기 위해 검찰이 '1심 법원으로 파기환송'을 요구하는 특별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달 말 이들 횡령범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졌는데 법적으로 1심 선고후에는 범죄수익인지 모르고 범죄수익을 증여받은 이들에게서는 부패재산을 추징할 수 없다. 이에 검찰은 1심 선고를 무효화해 횡령범들이 빼돌린 189억원을 추징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임세진)은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전 모씨(43)와 동생(41)에 대한 1심 판결과 관련해 '원심법원에의 환송'을 주된 이유로 하는 항소를 제기했다. 예비적 이유로는 추가적으로 확인된 횡령금액 93억2000만원을 인정해 달라는 공소장 변경을 넣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지난달 30일 이들에 대해 형 징역 13년, 동생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이번 항소는 1심 판결을 파기하되 재판을 다시 1심 법원으로 환송해달라는 취지다.
검찰이 이 같이 특수한 항소를 제기한 것은 일반적인 항소로는 횡령범 일당이 부모 등에게 빼돌린 189억원을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르면 제3자가 범죄수익인 줄 모르고 범죄자로부터 받은 부패재산은 1심 선고 전까지만 추징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1심 선고에 앞서 이 같은 '제3자 증여 금원'을 환수하기 위해서라도 선고를 중단하고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해당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법리와 판례를 연구한 결과 사실상 재판 상태를 1심 전으로 돌리는 방안을 도출해 냈다. 형사소송법 366조는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재판 자체를 1심으로 돌려내는 판결을 받아내 횡령범들이 가족 등에게 빼돌린 189억원에 대해 다시 추징 절차를 밟는다는 게 검찰의 전략이다.

실제 이 같은 법리가 법원에서 인정된 판례가 있었다. 2020년 8월 서울고법은 1심 재판부가 한국어를 못하는 살인 혐의 외국인 등에게 한국어로만 국민참여재판 안내 하고 일반 재판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해당 판결을 파기했다. 해당 재판 1심을 맡은 인천지법 재판부는 살인 등 혐의를 받는 피고인 러시아인 2명, 우즈베키스탄인 1명이 러시아어만 가능함에도 국민참여재판 안내서·의사확인서 러시아어 번역본을 제공하지 않고 각각 살인 혐의 징역 12년, 공동폭행 징역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다"며 원심법원인 인천지법 합의부로 파기 환송했다. 물론 이 같은 1심 파기환송 사례는 매우 드물다. 검찰로서는 원심 재판 과정에서 확연한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한편 우리은행 직원 전씨는 2012년 10월∼2018년 6월까지 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93억2000만원 횡령액을 추가로 확인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횡령액 707억원에서 전씨 형제는 투자 실패로 318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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