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해는 13.5억' 노벨상 상금, 왜 매년 다를까 [한입과학]
입력 2022-10-06 09:02 
노벨상 메달 보관함. [사진 출처 = 노벨상위원회]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0일까지 물리학상·화학상·문학상·평화상·경제학상 등 총 6개 부문 수상자가 순서대로 발표된다. 수상의 증표인 메달과 상장은 기존처럼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여될 예정이다.
이날 수상자들은 노벨상의 영예와 함께 막대한 상금도 받는다. 올해 상금은 작년과 같은 1000만크로네(약 13억5000만원)로 '책정'됐다. 표면적인 금액(액면가)만 보면 최고치지만, 역대 상금을 현재가로 환산하면 10위권에도 못 드는 액수다.
◆ '투자 수익'에 따라 결정되는 노벨상 상금


보통의 상금과 다르게 노벨상 상금은 매해 새로 책정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벨상을 제정하라고 한 스웨덴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에 그렇게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언장에서 "3100만크로네가 넘는 재산을 펀드로 전환하고, 안전한 증권에 투자한다"라며 "투자 수익은 매년, 한 해 동안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상금 형태로 분배한다"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노벨재단은 노벨의 유산을 투자해 얻은 수익금으로 상금과 더불어 메달 제작, 수상자 선정, 시상식 진행에 드는 비용을 충당한다. 자연스럽게 투자 수익이 높은 풍년에는 예년보다 상금이 많아지고, 반대로 흉년에는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상금이 가장 적고, 높았던 때는 언제일까. 노벨위원회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연도별 상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최초 기록연도인 1901년 상금은 876만3633크로네(약 11억8500만원)다.
이후 1990년까지 상금을 이만큼 받은 수상자는 없다. 등락이 있지만, 대부분 1901년 상금의 절반도 못 받았다. 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과 1920년에는 상금이 240만크로네(약 3억2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역대 최저 금액이다.
2000부터 2017년까지 노벨재단의 자산 규모 변화 추이. 노벨재단은 2000~2003년에는 닷컴버블, 2007~2008년에는 높은 주식 비중으로 규모가 급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료 출처 = 노벨위원회]
그러나 곧 반등했다. 1991년 상금이 전년 대비 무려 27%포인트 오르더니 이후 장기간 900만크로네를 웃돌았다.
21세기의 첫해인 2000년에는 상금이 처음으로 1901년의 1.3배를 넘어섰는데 이 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작년 가치로 1078만7402크로네(약 14억5800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1년 노벨상 상금이 액면가 상 최초로 1000만크로네(2021년 기준, 1159만3015크로네)로 책정된 후 2011년까지 유지됐다. 그런데 2010년 유럽 금융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2012년 상금이 800만크로네로 떨어졌고, 지난 2020년에야 1000만크로네를 회복했다.
노벨재단은 2007년만 해도 자산의 약 70%가 주식일 정도로 '주식 위주 투자'를 지향했는데 이후에는 헤지펀드, 전환사채, 부동산 비중을 높이며 '분산 투자'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작년 기준 노벨재단의 자산은 총 61억321만1000크로네(약 8248억4900만원)인데 이는 노벨이 남긴 유산의 3.3배에 달한다.
◆ 위자료·세금·집…상금 사용처 수상자별로 다양


노벨상의 상금은 그 권위만큼이나 규모도 큰 편이다. 노벨상 등용문으로 불리는 '울프상'의 상금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은 이보다 적은 1만5000캐나다달러(약 1570만원) 수준이다.
노벨상보다 상금이 큰 건 지난 2012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IT분야 거부들이 모여 제정한 '브레이크스루상'이 있는데 수상자에게 300만달러(약 43억원)를 수여한다.
한편 과학계에서는 노벨상 상금이 수상자들에게 돌아간 이후의 '행방'이 재밌는 이야깃거리다.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노벨물리학상·화학상)처럼 연구비에 쓰거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노벨평화상)처럼 기부하는 사례가 예상되지만, 이외에도 지극히 평범한 사용처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출신 미국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 작성을 도운 전 부인에게 상금을 전액 양도한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노벨상 수상 2년 전 이혼 당시 노벨상을 타면 상금을 위자료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만큼 유명한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후 상금을 "내년 소득세를 낼 때 사용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198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프랑코 모딜리아니는 요트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썼다.
이외에도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 생물학자 필립 샤프는 상금으로 100년 된 집을, 공동 수상자인 영국 생화학자 리처드 로버츠는 집 앞에 크로켓용 잔디를 설치하기 위해 상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6일 오전 기준 노벨생리의학상·노벨물리학상·노벨화학상 등 3개 분야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노벨생리의학상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최초 분석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장이 받았고, 노벨물리학상은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 존 클라우저 미국 존클라우저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가 양자 기술 연구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클릭화학의 기초를 닦은 캐롤린 버토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배리 샤플리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교수가 선정됐다. 샤플리스 연구교수는 200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 이어 다시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노벨위원회 규정에 따라 단독 수상자인 페보 소장은 1000만크로네(약 13억5000만원)를 받고, 공동 수상한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이를 나눠 갖는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