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기업 등 민간업체들과 협의 없이 강행을 추진했다 결국 6개월 늦은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이번엔 컵 사이즈 규정을 놓고 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제도 정착을 앞당기겠다는 이유로 일회용 컵 크기를 느슨하게 하다보니 업체들 사이에선 오히려 제도 시 후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당 300원의 보증금을 받도록 한 제도다. 컵을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반납은 구매한 업체에서만 가능하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아이스음료용 플라스틱 컵 표준용기는 지름 상단 78㎜ 이상 하단 48㎜ 이상, 높이 80㎜ 이상, 용량 7온스(oz) 이상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뜨거운 음료용 종이컵 표준용기는 지름 상단 80㎜ 이상 하단 50㎜ 이상, 높이 94㎜ 이상, 용량 8온스(oz) 이상으로 지정된다. 각각 7온스는 약 207mL, 8온스는 237mL로 스타벅스의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355mL)보다 적다. 그만큼 대부분 용기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초기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일회용컵 기준을 넓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오히려 혼선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표준안에는 최소 사이즈 제한만 있어 실질적인 표준 용기에 관한 내용이 없다"며 "결국 각자 다른 사이즈의 컵을 사용하면 나중에 수거 편의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령 스타벅스는 숏, 톨, 그란데, 벤티 4가지 사이즈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각각 237~591mL(8~19온스)로,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음료 용량에 차이가 있어 컵 크기도 다르다. 가령 이디야나 파스쿠찌의 레귤러 사이즈 음료는 385mL고 빽다방은 420mL가 가장 적은 용량이다. 다른 카페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최소 규정만 정했지만 이러다 표준안을 만들면 카페들만 날벼락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컵을 사들여오는 업체의 경우 해당 공장에서 표준 규격에 맞는 컵을 만들어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결국 수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크기의 음료잔 도입이 의무화되면, 그전까지 사용하던 컵을 내다 버리느라 적응에 두 배의 수고가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2월부터 제한된 지역에서 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실행 이후 현장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송민근 기자 /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