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테헤란로 남쪽' 젊은 부자들, 예금 대신 비상장주 눈독
입력 2022-10-03 20:04  | 수정 2022-10-03 21:36
◆ 국채에 꽂힌 슈퍼리치 ◆
증시 폭락에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가치가 크게 폭락한 비상장주식과 연 이자 4%대의 발행어음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현금 보유를 늘리거나, 예금에 묻어두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물밑에서 공격적인 재테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3일 "현재 비상장주식에 대한 기업가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져 투자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기존에는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주로 받아온 VC들이 PB를 통해 개인 고액 자산가의 자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020~2021년 각국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가치가 급등했던 정보기술(IT) 비상장주식은 생존이 목표라고 하는 곳이 생길 만큼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크게 낮아졌다. 벤처캐피털들도 평가손실이 커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고액 자산가 중에는 증권사가 주관하는 블라인드 비상장주식 투자 신탁을 이용해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PB 업계가 주목하는 고객군은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뉴리치 반열에 오른 '영리치'"라며 "강남역에서 삼성역 사이 '테남(테헤란로 남쪽)'에 사무실을 둔 이들은 기존의 고액 자산가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투자 스타일을 보여 이들에게는 해외 주식은 물론이고 국내 비상장주식, 메자닌(주식 연계 채권) 투자를 추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리가 연 4% 이상으로 대폭 높아진 증권사 발행어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준에 우대금리가 적용되고, 가입 규모 등에 별도의 제한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28일 기준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10조4793억원으로 전년(6조4834억원) 대비 무려 61.6% 늘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가 2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급락하자 우량 주식의 증여·상속을 서두르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빠지면 증여·상속 시 세금 부담이 크게 줄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성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우량 주식은 단가가 낮을 때 자녀들에게 넘겨주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주식 증여·상속 관련 세미나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도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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