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해 가계금리를 포함한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와 함께 기업대출까지 증가하면서 은행채 발행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채 공급 증가는 은행채 유통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이를 준거로 삼는 시장금리도 따라 오른다. 자금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은행채 10월 만기 물량도 1년 새 가장 커 향후 금리 상방 압력도 가중된다.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은행들의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수치)은 7조4600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행액만 따지면 25조88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기업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채권 발행액이 각각 6조~7조원 규모로 제일 많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려들자 은행들이 은행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1조~2조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692조3269억원으로 8월 말보다 4조8999억원 늘었다.
최근 시중은행 기업대출 금리는 연 4%대 초·중반으로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 발행보다 유리하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 지난달 22일 연 5%를 돌파한 뒤 계속 연 5%대를 유지하고 있다. 9월 전체적으로도 연 4.6%가 넘는다.
규제 영향도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계획에 따라 은행들은 9월 말까지 통합 LCR를 기존보다 5%포인트 높은 90%로 끌어올려야 했다. LCR는 국제결제은행(BIS) 유동성 규제 기준 중 하나로, 30일간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현금·국공채 등)의 비율이다.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고유동성 자산을 확대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은행채 발행을 늘림에 따라 순발행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은행들은 분기마다 LCR를 2.5%포인트씩 올리면서 내년 7월까지 100%로 만들어야 한다. 한 시중은행 채권 담당 실무자는 "LCR 규제 정상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채 공급 증가는 유통 채권의 가격 하락, 곧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발행되는 은행채들 표면금리가 연 3~4%로 올 초보다 1~2%포인트 높아지며 국채금리 상승과 맞물려 유통되는 은행채 수익률도 끌어올리고 있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연 4.295%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4.851%로 한 달도 안 돼 0.556%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를 결정하는 준거다. 실제로 소비자가 받아보는 금리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가 연 4.73~7.141%로 약 2개월 전보다 하단은 0.52%포인트, 상단은 1.021%포인트 뛰었다. 상단이 연 7%를 넘은 은행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으로 세 곳이나 된다.
10월 은행채 만기 물량이 20조1206억원으로 1년 새 최대라는 점도 부담이다. 견조한 기업대출, 유동성 규제 준수와 같은 자금 수요 요인이 많아 대부분 고금리를 주고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은행채 금리가 10월에도 치솟을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결국 가계에도 부담이 옮겨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선 한국은행 금융시장연구팀 과장은 "최근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1년물 이하 은행채 금리의 상승은 가계와 기업 변동금리 대출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은행들의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수치)은 7조4600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행액만 따지면 25조88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기업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채권 발행액이 각각 6조~7조원 규모로 제일 많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려들자 은행들이 은행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1조~2조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692조3269억원으로 8월 말보다 4조8999억원 늘었다.
최근 시중은행 기업대출 금리는 연 4%대 초·중반으로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 발행보다 유리하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 지난달 22일 연 5%를 돌파한 뒤 계속 연 5%대를 유지하고 있다. 9월 전체적으로도 연 4.6%가 넘는다.
규제 영향도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계획에 따라 은행들은 9월 말까지 통합 LCR를 기존보다 5%포인트 높은 90%로 끌어올려야 했다. LCR는 국제결제은행(BIS) 유동성 규제 기준 중 하나로, 30일간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현금·국공채 등)의 비율이다.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고유동성 자산을 확대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은행채 발행을 늘림에 따라 순발행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은행들은 분기마다 LCR를 2.5%포인트씩 올리면서 내년 7월까지 100%로 만들어야 한다. 한 시중은행 채권 담당 실무자는 "LCR 규제 정상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채 공급 증가는 유통 채권의 가격 하락, 곧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발행되는 은행채들 표면금리가 연 3~4%로 올 초보다 1~2%포인트 높아지며 국채금리 상승과 맞물려 유통되는 은행채 수익률도 끌어올리고 있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연 4.295%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4.851%로 한 달도 안 돼 0.556%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를 결정하는 준거다. 실제로 소비자가 받아보는 금리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가 연 4.73~7.141%로 약 2개월 전보다 하단은 0.52%포인트, 상단은 1.021%포인트 뛰었다. 상단이 연 7%를 넘은 은행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으로 세 곳이나 된다.
10월 은행채 만기 물량이 20조1206억원으로 1년 새 최대라는 점도 부담이다. 견조한 기업대출, 유동성 규제 준수와 같은 자금 수요 요인이 많아 대부분 고금리를 주고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은행채 금리가 10월에도 치솟을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결국 가계에도 부담이 옮겨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선 한국은행 금융시장연구팀 과장은 "최근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1년물 이하 은행채 금리의 상승은 가계와 기업 변동금리 대출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