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금 내 집 마련 적기 인가요?"…월급 한 푼 안쓰고 '12.4년' 모아야 서울집 산다
입력 2022-10-03 09:02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몇 년 동안 하락일로를 걷던 주택구입잠재력이 최근 주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중산층이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재고도 늘었지만,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이 중간가격대 집을 마련하기 위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기간은 여전히 12년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생활비나 대출 원금에 이자까지 주거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감안하면 면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연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은 3분위 소득과 3분위 평균 주택가격 기준으로 12.4로 집계됐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서울 중산층(3분위 소득)이 중간가격대(3분위 평균 주택가격) 집을 마련하려면 연간소득을 12.4년간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해당 PIR은 작년 4분기 13.4로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집값 조정과 함께 1분기 12.9, 2분기 12.4로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한자릿수(7.5~9.5)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PIR은 벌어들인 소득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걸 전제로 한 수치인 만큼, 생활비로 나가는 돈이나 대출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모은 돈만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부동산이 조사한 3분위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 6월 종합 매매가격 기준 11억3162만원이다.

중산층의 대출상환 부담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주택구매력지수(HAI)는 74.3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4분기(72.0)보다 살짝 높아지는데 그쳤다. 해당 지수는 중위가구의 소득을 대출상환 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간소득인 가구가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중간가격대 주택을 사들인다고 가정,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소득을 벌고 있어 큰 무리 없이 주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50보다 낮으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HAI는 올해 2분기 56.2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았다. 해당 HAI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54.3→54.8→56.2)으로 50선에 머물면서 중위가구가 대출을 받아 서울 아파트를 샀을 때 소득의 절반가량을 대출상환에 쓴다는 점을 나타냈다.
한편, 서울에서 중산층이 대출 받아 매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는 전체의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4~6월) 서울의 KB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는 2.8로 전분기(2.6)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3분기 이후 첫 반등이다. KB-HOI는 중위 소득의 가구가 예금은행 가중평균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말한다. 집값의 70%를 빌려 20년 만기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월 소득의 33%를 대출 상환에 쓴다고 가정할 때 구입 가능한 지역 내 아파트 재고량을 나타낸다. 즉, 올해 2분기 중산층 가구가 자신의 경제능력 하에 살 수 있는 서울의 아파트가 10채 중 2~3채(2.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중산층이 구입 가능한 서울 아파트 재고량은 1분기 대비 1793가구(3만6856가구→3만8649가구) 늘었다. 하지만, 작년 2분기(5만5319가구)와 비교하면 30% 줄어든 수준이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주택구입잠재력지수가 최고 수준이었던 2015년 1분기(48.2)와 비교하면 현재 상황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면서 "당시 중산층이 구입 가능한 서울 아파트 재고량은 62만1913가구로 많았던 데다 PIR도 지금의 절반 수준인 8.9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대출 환경 등을 고려하면 구매력 증가를 별로 체감할 수 없는 데다 급매물만 거래되는 상황에서 실제 구매력이 향상됐는지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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