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자지옥 탈출하렵니다"…1년만에 월세 거래 26% 늘어
입력 2022-10-02 18:04  | 수정 2022-10-02 20:26
◆ 월세시대 가속 ◆
30대 초반 A씨는 서울 신용산역 근처에서 보증금 2억20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 이번에 계약 만료 시점이 됐고 비슷한 도심권에 위치한 집을 찾다 보니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결국 최근 상왕십리역 근처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집을 구했다. 그는 "은행에 전세대출 이자를 지불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월세를 살고 남은 전세보증금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월세로 거주하다가 금리가 안정되면 집을 살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곡동에서 본인 소유 아파트에 거주하던 50대 B씨는 자녀 학교 문제 때문에 최근 인근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할 사정이 생겼다. B씨는 도곡동 아파트를 11억원에 전세를 주고 받은 보증금으로 다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수개월째 세입자를 구할 수 없었다. 결국 B씨는 도곡동 아파트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300만원을 받고, 본인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을 주고 이사했다. B씨는 "월세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할 경우 9억원 이상 주택은 전세대출이 안 돼 연쇄적으로 월세로 나가야 했다"며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월세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며 임대차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월세 거래량은 총 11만9794건으로 전월보다 12.9%, 지난해 8월에 비하면 26.3% 급증했다. 특히 중산층이 대거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8월 월세 거래도 전월 대비 각각 7.6%, 10.5% 늘어났다.
부동산R114가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전체 임대차계약 가운데 월세계약 건수는 31만5254건으로, 전세(27만8480건)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서울의 연도별 월세 비중은 2019년 41%, 2020년 4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46%로 4%포인트 늘어나더니 올해는 53%로 7%포인트 급증했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의 1~8월 월세 비중은 55%를 기록하며 통계 집계 사상 처음 50%를 넘었고 대구(55%), 울산(55%), 세종(53%)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과거에는 주로 저소득층에서 '월세살이'가 많았다면, 이제는 중산층 세입자들도 월세에 부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라며 "금리가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월세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로 비싼 전셋값과 금리 상승 부담을 꼽는다. 높은 전셋값을 마련하려면 은행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비싸 매달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덜 부담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과 집값 하락으로 전세·매매 가격이 비슷해진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도 월세화를 부추기고 있다.
[김동은 기자 /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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