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 매력 떨어져"…세입자 월세 선호 2년새 2배 껑충
입력 2022-10-02 17:36  | 수정 2022-10-02 21:46
◆ 월세시대 가속 ◆
연말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35)는 서울 외곽의 월세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 A씨는 "전세보증금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고 최근 깡통전세가 늘어 위험하다는 소식도 있기에 여자친구와 상의한 끝에 월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외에 주택 2채를 더 보유한 B씨(79)는 월세로 들어올 새 임차인을 찾고 있다.
B씨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1000만원 넘게 나오다보니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며 "임대료를 조금 깎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월세를 낼 세입자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임대차시장에 지각 변동을 촉발하고 있다. 과거 월세는 어떻게 해서든 빨리 벗어나야 할 '기피 대상' 주거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월세가 전세나 자가와 동격의 주거 선택지 중 하나로 격상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같은 월세 인기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최근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3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임대인의 53.5%가 전세를 선호했고, 46.5%는 월세를 선택했다. 임차인도 전세를 선택한 비율이 57.4%, 월세를 선택한 비율이 42.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0년 10월에 이뤄진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8.7%가 전세를 택했고, 단 21.3%만 월세를 선호한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월세를 선호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임대인의 경우 월세 선호도가 2020년 42.2%에서 2022년 46.5%로 크게 바뀌지 않은 반면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는 2020년 17.9%에서 2022년 42.6%로 크게 높아졌다. 임차인들은 '목돈 부담이 작아서' 혹은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 등의 이유로 월세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임대인은 '매월 고정적인 임대수익이 들어와서' 선호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목돈 마련이 부담스러운 임차인들이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끝나더라도 예전처럼 월세가 천대받는 시장이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월세가 전세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주거 형태이고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도 못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실제로 직방 조사에 따르면 임차인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게 '매월 부담해야 하는 고정 지출이 없어서'와 '내집 마련을 위한 발판이 돼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인기 있는 주거 형태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젊은층이 월세에서 시작해 전세로, 전세에서 다시 자가로 이동한다는 목표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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