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위기에 처해 있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를 보존하기 위해 '디지털 국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셀리로파 아피넬루 전 투발루 법무장관은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태평양국가 컨퍼런스'에서 "투발루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해둘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밝혔다.
일종의 가상 국가를 제안한 것이다.
인구 1만2000여명의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의 태평양에 위치한 섬 나라로 해발고도가 2m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로 국가의 존폐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투발루의 해수면은 매년 높아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반세기 안에 모든 국토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 2000년에는 공항이 있던 섬 하나가 통째로 잠겼으며 또 다른 섬 하나도 바닷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투발루는 섬 2개를 순식간에 잃었다.
아피넬루 전 장관은 "국민들에게 의지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며 "메타버스에 투발루의 문화와 가치를 그대로 담아낸 디지털 국가를 만드는 것이 국민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디지털화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어떻게 할지 아직 고민해야 할 문제"며 "호주 등 인근국가들이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이민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