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서 어려운 문제는 잘 풀면서, 단순한 연산이나 쉬운 문제를 어이없게 틀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나 교사들은 이럴 때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실수를 하지 않도록, 혹은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반복 학습을 하거나 문제 풀이에 더욱 집중하라는 의미다.
대통령 해외 순방중 벌어진 '비속어 논란'을 보고 있자니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자막 조작' '외교 참사' 논란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급기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서 의결했고, 여당은 MBC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 지자자에게는 '날리면'으로, 야당 지지자에게는 '바이든'으로 들리는 불명확한 발언 하나가 온 나라를 며칠째 흔들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상식적이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한국 경제가 동시다발적 악재에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여파로 물가가 뛰었고,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강달러 여파로 원화가치마저 하락하고 있다.
외교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각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민생과 경제는 팽개치고 정쟁으로 일관하는 것은 '팀킬'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국민들은 이제 피로감을 넘어 짜증을 느낀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논란과 김건희 여사의 망사모자 논란에 이은 비속어 논란까지 모두 이번 해외 순방의 본질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말 실수 하나에 나름의 외교 성과가 모두 묻혀 버리는 현실을 똑똑히 지켜봤을 것이다. 이번 순방 뿐 아니라 취임 후 제기된 논란중 상당수가 정책이나 핵심 이슈보다도 주변인이나 대통령의 언행에게 비롯된 것이었다.
술자리 안주거리로 정도로 그칠 수도 있었던 논란이 증폭된 것은, 야당의 공세 탓도 있지만 상황을 곧바로 수습하지 못한 대통령실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한두 번 실수했다고 실력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실수가 여러 차례 반복된다면 그건 실력이다.
정치는 무엇을 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 지도 중요하다. 정치인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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