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신형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한국의 반발에 직면했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7500달러 세금혜택을 주는 바람에 현대차와 기아와 같은 자동차회사에 타격을 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이 한미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명했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했을 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우리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당시 정 회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 분야에 총 105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넉달 뒤 "정 회장, 현대차, 많은 한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국에서 전량 생산되어 미국에 수출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기차는 지난 달 16일 인플레 감축법 시행 이후 미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WSJ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9%를 차지하면서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선전하는 상황에서 보조금 제외라는 날벼락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연간 10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WSJ은 인플레 감축법 시행으로 유럽연합과 일본산 자동차도 차별받지만 한국의 반발 여론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새로운 보수성향 리더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지만, 이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해 한국의 분노와 배신감이 커졌다고 했다.
한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했으며 미국 주도의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참여도 결정했다. 또 한국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통해 3만5000개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고 베트남, 일본, 캐나다를 제치고 대미 일자리창출 1위 국가를 차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한국인이 화가 나고 실망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한국에서의 대미 역풍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에서 긴밀한 안보동맹을 추구하면서 국내에서 경제적 승리를 추구하다보니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두 가지 목표는 충돌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