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판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불리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유해매장 추정지를 시굴한 결과 희생자들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29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봉분 4기를 발굴한 결과, 선감학원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 20개 이상과 단추 4개 이상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유해 시굴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유해와 유품은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나이·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확인한 결과, 이번에 발굴된 단추는 선감학원 수용 당시 입었던 원생들의 복장에 달린 단추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해매장 추정지 발굴 용역을 수행 중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의 우종윤 원장은 "선감도의 토양이 산성인데다 아동 유해는 뼈가 삭는 속도가 빠르다"며 "선감학원 사건이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암매장 신빙성을 뒷받침할 치아와 단추 등 유품이 발굴된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가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한 강제수용시설로, 광복 이후 1982년까지 부랑아를 강제로 격리·수용한다며 계속 운영됐다. 폐원될 때까지 누적 수용인원은 최소 4691명에 달한다.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 수용인원 중 13세 이하 아동이 85.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10세 이하의 어린 아동도 44.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생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폭력·고문 등 인권침해를 받았고, 상당수의 원생이 구타, 영양실조 또는 탈출 과정에서 사망했다.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와 공론화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경기도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2020년 12월 피해자 190여명이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진실화해위는 당시 구타, 영양실조, 탈출 과정에서의 사고 등으로 사망한 원생들이 6곳에 암매장됐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선감학원 원아대장에 기록된 사망자와 조사된 사망자 수가 달라 유해매장 추정지를 시굴해 유해를 직접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번 시굴에서 나온 유해와 유품을 통해 선감학원 원생 암매장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유해·유품에 대한 세부적인 감식결과와 선감학원 사건의 종합적인 진실규명 결과를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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