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명 숨진 대전 아웃렛, 연기 빼주는 '제연 시설' 없어 피해 컸다
입력 2022-09-28 09:46  | 수정 2022-09-28 09:54
대형 화재가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대전점 / 사진=연합뉴스
현행 소방법상 지하 주차장은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 아냐
전문가들 "제연 시설 설치 의무 지하 주차장까지 확대해야"

8시간 이상 지속된 대형 화재로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지하 주차장에 연기를 빼주는 '제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 주차장 화재 안전 규정 미비를 개선하고 지하 주차장 제연 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환경미화직원 등 7명이 숨진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웃렛에서 특히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연기를 밖으로 빼주고 신선한 공기를 넣어주는 제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27일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대전점 측은 "지하 1층 주차장에 제연시설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소방 당국과 경찰은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7명의 사인을 질식사로 추정 중입니다. 이는 즉 화마 자체보다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실내에 가득 들어찬 유독가스가 더욱 치명적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아웃렛 지하 1층 주차장 물품 하역장에 쌓아둔 의류와 박스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제연 시설이 없어 순식간에 다량의 유독가스가 번지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변을 당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 건물 골조 등이 그대로 드러난 지하 주차장 / 사진=연합뉴스

불이 난 지하 주차장은 주로 하역장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무려 4만1000㎡가 넘는 크기였습니다. 그런데 제연 시설은 주차장 일부에만 설치돼 있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연 시설의 용량은 바닥 면적에 따라 결정되는데, 시설이 설치된 곳은 주차장 일부에 불과해 넓은 지하 주차장 전체에 들어찬 연기를 빼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행 소방법상 지하 주차장은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기에 국내 대부분의 지하 주차장에는 제연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지하 주차장 내 제연 시설의 부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며,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을 지하 주차장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고왕열 우송정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학과장은 "판매 시설은 넓이가 1천㎡ 넘으면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주차장은 안 해도 된다"며 지하 주차장이 제연설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고 제연설비 관련 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소방당국은 지난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감식을 벌인 후, 설치돼 있던 제연 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와 화재 경위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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