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이후 몸집이 커진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에 합류했다.
23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피차이 CEO는 지난주 전체 회의에서 회사의 직원 복지 감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생산성을 높일 것을 주문하면서도 직원들을 위한 각종 특전 혜택을 줄인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한 직원은 "회사는 기록적인 이익을 내면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피차이 CEO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에 피차이는 "저는 여러분 모두가 뉴스를 읽고 있기를 바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10년간 가장 힘든 거시경제 상황 중 하나를 지나면서 우리는 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거시 경제 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면서 "회사는 스마트하고, 검소하고, 더 효율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작고 허접했던 때를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피차이는 이번 회의에서 접대비 삭감, 생산성 관리, 잠재적인 정리해고 등과 관련된 직원들의 우려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CNBC는 전했다.
최근 구글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 비용 절감에 나섰다. 피차이는 지난 6일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회사의 효율성을 20% 높이고 싶다"라고 언급해 감원을 시사한 바 있다.
구글은 매출이 증가 하고는 있으나 지난 2·4분기(4~6월) 실적에서 두 개 분기 연속 매출과 순익 모두 기대치에 못미쳤다.
구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직원들을 위한 각종 사내 특전으로 IT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내에 맥주를 비롯한 주류, 불고기와 스시, 숙성된 육류 등 고급 식사가 무료로 제공됐고, 또 마사지사로부터 안마를 받으며 피로를 풀고 사내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도입되면서 구글을 비롯한 미국 IT업계의 직원 복지 혜택은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한편,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3.6% 감소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