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자원순환정책으로 확보한 미반환보증금을 법이 정한대로 자원 재활용을 위해 쓰지 않고 누적 450억원을 쌓아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 대부분은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고 있고, 보증금 관리 기관이 환경부 몰래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에 투자한 이력도 확인됐다.
22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가 쌓아둔 미반환보증금은 누적 450억원(2021년 기준)에 달한다. 미반환보증금은 소비자가 병을 반납하지 않아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남은 돈을 뜻한다. 미반환보증금의 사용처는 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3에 따라 △ 용기등의 회수율 향상을 위한 홍보 △용기등의 재사용과 재활용 방안 연구·개발 등 제도 관련 용도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이 자금 대부분을 시중은행에 예치해뒀다. 현재까지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에 2%대 금리의 정기예금에 약 300억원을 부었고 나머지는 보통예금에 예치해뒀다.
비밀리에 펀드에 투자한 이력도 드러났다. 환경부 인증기관으로 기업들의 자원재활용 의무를 대행하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2016년 8월 미반환보증금 52억원을 한화자산운용의 단기국공채 펀드에 투자했다. '이 투자신탁과 관련된 어떠한 당사자도 투자원금의 보장 또는 투자목적의 달성을 보장하지 아니합니다'고 명시한 원금 손실 가능성 있는 상품이다. 이 투자 건은 환경부 몰래 이뤄졌다가 지난해 2월에서야 적발됐다. 환경부는 "사업 범위를 벗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상품에 투자해 정관을 위반했다"며 뒤늦게 시정명령 내렸다.
업계에선 "오는 12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미반환 보증금이 더 커질텐데 환경부의 '이자 놀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추산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후 미반환보증금이 연간 600억원씩 늘어난다. 컵 반환율 90%로 가정한 수치라 환경부 예상만큼 반환율이 높지 않을 경우 규모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미반환보증금 활용 계획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는 "중장기 사용계획은 제도 시행 후 발생할 미반환보증금의 규모와 미반환보증금의 법정 사용처, 지원방안 등을 종합 고려하여 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미반환보증금이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후 미반환보증금을 관리하게 될 환경부 산하 비영리단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정관 42조에 환경부 장관 승인을 얻을 경우 미반환보증금을 주식이나 사채에 투자할 수있게 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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