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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부담 더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 10월 금통위서 빅스텝 시사
입력 2022-09-22 14:58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 제공 = 한국은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례적으로 세 차례 연속 자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 총재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후 '지난 7월 한은이 빅스텝을 하면서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현재도 유효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조건인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 기대와 물가, 성장, 외환시장 등 상황이 한달새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 많이 바뀌었다"며 "4% 이상으로 상당 폭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전제 조건에서 벗어난 것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고민해 다음 금통위 회의에서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손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고물가 속 급격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취약계층, 다중채무자에 이자폭탄이 가중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금리+가산금리'로 결정된다. 대출 기준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근거로 코픽스(COFIX), 금융채·CD 금리 등을 사용한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며, 신용점수별 예상 손실률 변화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구조의 핵심은 한은의 기준금리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까지 각각 0.25%포인트씩, 이어 7월에는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했다. 8월에도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사상 첫 4회(4월, 5월, 7월, 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록을 남겼다.
10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 불과 1년 2개월 사이 제로금리에서 3%대로 기준금리가 치솟게 된다. 경제 주체인 가계가 단기간 가파른 금리 인상 충격을 그대로 받게 되는 셈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2년 9월)' 보고서 따르면 올해 2분기(6월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6%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1869조4000억원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과 대내외 여건 악화가 맞물릴 경우 취약차주, 과다채무자 등의 대출상환 어려움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부터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의단계'로 진입했다. FSI는 은행 연체율과 주가 및 환율, 실물경제 등의 지표를 종합해 현재 금융안정상황이 어떤지 보여준다. 앞서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주의단계 6~8개월여 만에 터졌다.
FSI는 올해 3월 8.8을 기록해 주의단계에 들어섰다. 이어 4월 10.8, 5월 13.3, 6월 15.9, 7월 18.8, 8월 17.6으로 6개월 연속 주의단계 문턱을 크게 넘어섰다.
FSI는 크게 3단계로, 0~8은 안정단계, 8보다 크면 주의단계, 22보다 크면 위기단계로 구분한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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