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신당역 살인' 전주환 "제가 미친 짓" 발언에 "진정성 없어"

"전주환은 피해자에 사과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유감이란 것…속 빈 강정"
"경찰, 범행 동기 '원망'이라 밝힌 것 매우 유감…피해자 탓이란 얘기로 들려"
"'피해자 보호'보다 중요한 건 가해자 처벌·구속…보호로는 스토커 못 막아"
"여가부 뿐 아니라 법무부·법원·경찰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게 전문가적 입장"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이 "제가 정말 미친 짓을 했다"고 한 데 대해 "속 빈 강정 느낌"이라고 일갈했습니다.

2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 교수는 "피해자한테 죄송해야 할 상황인데 (제가 미친 짓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이 사건 전체가 유감이다'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진정성이 없어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굉장히 치밀하고 이성적인,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계획 살인을 해놓고 이제 와서 '미친 짓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전주환의 태도나 언론을 대하는 태도나 노려보는 눈빛이나 이런 게 죄책감을 느끼고 정말 회개하는 자의 모습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 교수는 경찰이 전주환의 범행 동기를 '원망'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 탓이라는 이야기로 들려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찰이 범행 동기를 '원망 때문에 죽였다'고 발표했다. 아마 수사관이 '원망 때문에 죽였느냐' 이렇게 물어봤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어떻게 원망하고 앙심도 구분을 못 하느냐"며 "이건 앙심에 의해 살해한 것이고, 정말 의지를 갖고 합리적인 냉철한 판단으로 앙심을 품어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망' 때문에 살인했다는 경찰 발표는) 결국은 피해자 탓이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굉장히 부적절하고 유감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피의자가 그런 이야기를 해도 (경찰이) 언론에 그렇게 브리핑하면 안 된다. 결국은 (피해자가) 원망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은 이 교수는 "지금 사회문화적으로 스토킹에 대해 오인이 있다. (스토킹을) 구애 행위의 연장선으로 보는 분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경찰에서도 피해자를 원망의 대상으로 돌리다 보니) 그런 잘못된 관념을 더 촉진하는 식의 동기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신당역 피해자가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취지의 여가부 측 발언에 대해서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헌화 중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그는 "피해자를 열심히 보호하면 뭐하는가. 피해자도 여자 화장실에서 비상벨도 눌렀다. 마지막 순간까지 처참하게 저항했다. 그런데 경찰이 현장에 가는 데 5분 이상 걸렸다"며 "정말 죽일 의지를 갖고 치밀하게 준비한 스토커에게는 아무리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해도 보호가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가장 안전한 보호는 가해자를 감시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구속하는 것"이라며 "여가부에만 맡겨놔서는 또 어리석은 희생이 나올 수도 모른다는 게 저의 전문가적 입장이고, 결국에는 법무부와 법원과 경찰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건 막을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