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군 동원령·점령지 합병 추진…우크라 확전 가나
입력 2022-09-21 17:5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 발표 모습. 2022년 9월 21일자로 자국민에 대한 부분 동원령을 발동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공식 홈페이지 캡쳐. / 사진 = 크렘린
러시아 시민 30만 명 동원 계획
푸틴, 러시아 방산 기업에도 책임 부과
"영토 위협받으면 '모든 수단' 확실히 사용"
"돈바스·자포리자·헤르손 주민투표 지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1일 크렘린궁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메시지'라는 영상을 통해 자국민에 부분적 동원령을 발령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러시아 연방에서 부분 동원을 실시하자는 국방부와 참모의 제안을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분적 동원에 관한 법령이 서명되었다. 동원 활동은 9월 21일 오늘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징집 대상은 예비역 시민으로, 입대 전 추가 군사훈련을 받게 됩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동원 규모는 약 30만 명 정도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각 지역 대표들에게 군사위원회 업무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하면서 "동원에 의해 병역에 소집된 러시아 시민은 계약에 따라 군인의 신분과 급여, 모든 사회적 보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원병은 이를테면 계약직 군인인 셈인데, 계약 기간은 동원령 종료 시까지입니다.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고령자가 아니면 소집에 응해야 합니다.

방산 기업에 대해서도 부분 동원령을 통해 국방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무기와 군사장비의 생산량을 늘리고 추가 생산능력을 배치하는 과업을 해결하는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물질적, 재정적 지원에 관한 문제는 정부가 즉시 해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세계가 핵무기로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연설에서 "공격적인 반 러시아 정책에서 서방은 모든 선을 넘었다"면서 "서방의 일부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공격 무기 공급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크림 반도를 비롯해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NATO가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러시아 남부 지역을 정찰하고 있다면서, NATO의 주요국 고위 대표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대량 살상무기 사용, 즉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나라(러시아)에는 다양한 파괴 수단이 있다"면서 "우리 나라의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때 우리는 러시아와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확실히 사용할 것이다. 허세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와 남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지역에서 친러 임시 정부가 치르기로 한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민 투표는 러시아 편입에 대한 것으로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질 예정입니다.

애초 이 투표는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에 치르기로 했으나,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다급히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해당 투표의 불법성과 조작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는 돈바스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주민들이 내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동원령과 관련해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개전 전 러시아 현역 육군 병력 규모가 28만 명 수준"이라면서 "전체 예비군을 총 동원할 경우 병력 규모는 200만 명, 경찰 등 준 군사조직은 55만 4천여 명으로 우크라전에서 사망한 군인 약 5만 4천여 명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핵심 전력인 전차의 보유 규모는 판단이 어렵다"면서 "병력 충원이 곧바로 러시아군의 공세역량 강화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을 것이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인원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지역 공세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군의 동원령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유럽 안보 불안을 유발하고, 유럽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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