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흥행에 수리남 정부, "법적 조치 검토"
마약과의 전쟁 선포...'마약 유경험률' 상대적으로 낮아
마약과의 전쟁 선포...'마약 유경험률' 상대적으로 낮아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있었던 마약 유통 범죄자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공개돼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주님의 은총이야."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마약 산업에 관련돼 있는 나라다."
'수리남'에서 나온 대사 중 일부입니다.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가 부패한 정부와 손을 잡고 콜롬비아에서 가져온 코카인을 유통하는데, 대규모 총격전이나 살인까지 저지르는 모습이 그대로 나오면서 수리남은 무법지대로 비춰졌습니다. 결국 수리남 정부까지 나서 자국을 범죄국가로 만든 것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법적 조치 검토를 예고한 수리남 정부 / 출처 = 수리남 정부 홈페이지11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 장관은 "수리남 정부는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더이상 마약 거래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드라마의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리남을 관할하는 주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에서도 안전공지를 올렸습니다. "수리남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드라마 방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며,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도움이 필요하면 한인회장을 통해 연락을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수리남은 정말 '마약온상 국가'인가?
수리남은 남미 북부에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인구는 63만 명, 한반도 면적의 3/4 정도 크기에 국토의 90%는 밀림으로 돼 있습니다.
수리남 지도 / 출처 = 네이버
미국의 중앙정보국, CIA는 전 세계 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매년 '월드 팩트북'을 발간합니다. 이곳에서 수리남을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로 향하는 '코카인 유통국'이라고 표현합니다. 미 국무부 역시 수리남이 면적에 비해 인구 수가 적고 정글이 많은데다 맞닿아 있는 나라들의 국경통제가 엄격하지 않다보니 인근의 마약 생산국들이 수리남을 거쳐서 마약을 유통시키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수리남도 정부 차원에서 이런 오명을 벗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찬 산톡히 수리남 대통령은 취임한 후 마약 밀수를 포함한 범죄 소탕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마약 경찰이 2.2톤이 넘는 양의 코카인과 7kg의 마리화나를 폐기하는 등 마약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리남내 마약 투약과 압수 현황은?
실제 마약 투약을 하는 수리남 국민들은 다른국가들과 비교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미주 약물남용 통제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리남 인구 중 0.5% 미만이 코카인을 투약했는데, 이는 미주 국가 중 가장 높게 1.9%를 기록한 미국은 물론 캐나다나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보다도 낮습니다.
미주 국가별 코카인 보급률 / 출처 = 미주 약물남용 통제위원회
수리남 내에서 가장 보편화돼 있는 마약인 마리화나의 '유경험률'(미주 약물남용 통제위원회에서는 prevalence로 표현)도 비슷합니다. 마리화나를 사용한 사람들의 비율도 전체 인구의 4%가 되지 않았습니다. 미주 국가 중 1%가 되지 않는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에콰도르 등 보다는 높지만, 15.5%인 자메이카나 14% 정도인 캐나다보다 더 낮은 수치입니다.
미주 국가별 마리화나 보급률 / 출처 = 미주 약물남용 통제위원회
UN이 발표한 마약 압수현황에서도 수리남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 대부분에 마약이 골고루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특별히 수리남에만 마약 문제가 집중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수리남에서 압수한 마약의 대부분은 마리화나였는데 인접국가인 베네수엘라나 브라질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2021년 4월 중남미 국가 마약 압수현황 / 출처 = UN 마약범죄사무소
'마약 온상국가'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취재를 종합해보면 수리남이 마약을 유통하는 통로로 사용되는 건 일부 사실이지만, 특별히 마약 온상국가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마약류 범죄계수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의 수를 뜻합니다. 이 숫자가 20명을 넘기면 마약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데요. 반대로 이 숫자가 20명보다 낮으면 통상 '마약청정국'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의 숫자가 31명을 넘기면서 '마약청정국'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드라마 '수리남'에 등장한 다른 나라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볼 수만은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확인이었습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
취재지원 : 이정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