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그룹 견제 움직임' 해석
이용호 "의원들 마음 이미 자리매김"
주호영 "건강하게 목소리 내달라는 것"
이용호 "의원들 마음 이미 자리매김"
주호영 "건강하게 목소리 내달라는 것"
5선의 주호영 의원이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당선된 가운데 경쟁자였던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얻었습니다. 주 원내대표의 득표 수는 61표로 격차는 19표에 불과해 '파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심인지 권심인지…그런 것 있어서는 안 된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 사진 = 매일경제
이용호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지역구는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입니다. 국민의힘의 유일한 호남 의원입니다. 첫 당선 때는 당 소속이 국민의당이었고 재선 당시에는 무소속이었습니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심사숙고 끝에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그런 이 의원이 5선의 주 의원을 상대로 선전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가장 지배적인 해석은 이른바 '윤심'을 내세워 당 운영을 특정 의원그룹이 주도하려 한다는 소위 '윤핵관'에 대한 당내 견제 움직임이라는 해석입니다. 선거 초반 추대론이 거론될 정도로 주호영 원내대표 쪽으로 '윤심'이 쏠렸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아주 다른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정견발표 때 "최후의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활력을 넣어야되겠다, 당의 역동성을 부여해 메기가 되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출마선언했다"면서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만 보고 간다고 하면 이게 뭐가 되겠나. 그리고 이런 엄중한 시기일수록 우리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추대론'을 경계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윤심 때문에 헷갈렸을 것 같다. 윤심인지 권심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위기 속에도 '대통령 바라기' 관행에 젖은 채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른바 '윤심'이 정말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이 의원의 주장에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투표한 의원 106명 가운데 42명이 동의한 셈입니다.
정무감각 리스크에 불안감 작동?
현 정부 대통령실의 국정운영을 보면서 정무감각에 대한 의문이 커진데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큰 틀에서는 '윤핵관 견제론'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입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빈관 신축을 꺼냈다가 또 철회했다. 불과 한 달여 전 '만5세 취학' 사태가 겹쳐진다"면서 "그 정책을 발표한 날이 공교롭게도 한국갤럽에서 처음으로 국정지지율 30%가 붕괴 되던 날"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지지율 최악의 날에 노무현 때부터 역대 정부가 번번이 실패한 최악의 정책을 꺼낸것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반증"이라면서 "대통령을 대신해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는 브레인이 없어 보인다. 국무위원 중심의 국정 운영이란 말은 절반은 틀린 말이다. 국무와 국정은 다르다. 국무는 집행이고 국정은 정치다. 국정이 부재하니 국무가 엉망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 만 5세 취학 정책 발표 당시 주요 정책 수요자들의 주된 반응은 '난데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급작스런 추진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끝내 사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주요 추진 공약인 교육개혁 동력은 시작부터 크게 약화된 셈입니다.
영빈관 신축 문제도 논란이 빚어지면서 결국 철회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오늘(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민생이 위협받는 시국에, 그것도 대통령이 나서서 태양광 비리사업에 대해 혈세가 샌다고 엄단을 공언한 마당에, 한 마디 공론화도 없이 불쑥 영빈관 신축을 결정한 대통령실과 정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민심에 따라 곧바로 철회 결정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최종결정 단계까지 단 한 번의 이의제기 없이 예산편성으로 관철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실의 결정과정 시스템을 재점검해봐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대통령실에서부터 '안 됩니다'라고 반대의견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을 진정 제대로 보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호영, 임기 내년 4월까지…"외연확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 사진 = 연합뉴스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입니다. 원래 1년이 임기지만 주 원내대표가 중도 사퇴한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만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뒤 이 의원의 선전에 대해 "저도 선전하셨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는 데 대한 그런 것이라든지, 당이 건강하게 목소리 제대로 내달라는 그런 것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향후 주요 과제로 당의 안정과 외연 확장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꼽으면서 "외연확장이라는 것이 약자와의 동행, 호남 동행, 청년 정치참여, 빈부격차 해소 이런 것을 통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정기국회 현안은 압도적 다수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대응하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경선 통해 국민의힘 화학과 단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투표 결과에 대해 저는 국민의힘의 건강한 모습과 역동성, 희망적 기대를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득표율이 생각보다 높았다는 질문에는 "제대로 취재하면 이변이 아니다. 바닥에 깔린 민심, 의원들 마음이 이미 그렇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