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청교육대 탈출했다'며 억울한 옥살이…40년 만에 재심서 무죄
입력 2022-09-19 12:47  | 수정 2022-09-19 13:12
삼청교육대 재심 청구 / 사진=연합뉴스
'머리 길다'며 경찰서 끌려가 재판서 사회보호법 위반으로 보호감호 처분
대법, 삼청교육대 근거 법령 위헌으로 판단

삼청교육대를 탈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60대가 재심을 통해 4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지수 판사는 오늘(19일) 사회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A(69)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20대 청년이던 A씨는 서울 종로구의 자택에서 외출한 순간 공수부대원, 형사들과 마주쳤습니다.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이들 눈에 띄었고 반소매 차림에 드러난 팔뚝의 흉터를 본 공수부대원들이 그를 경찰서로 끌고 갔다고 A씨는 말했습니다.

그렇게 A씨는 1980년 8월 계엄 포고 제13호 발령에 따라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뒤 이후 사회보호위원회로부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5년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를 군사시설에 가두고 보호감호 처분한 근거는 계엄 포고 제13호(불량배 일제 검거)와 구 사회보호법이었습니다.


사회보호법은 죄를 범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이 있고, 특수한 교육과 개선 및 치유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보호 처분을 함으로써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1980년에 제정된 법률입니다.

당시 경기도 고양군 송포면 대화리의 한 군부대에 수용돼 감호 생활을 하던 A씨는 1981년 8월 17일 오후 8시35분쯤 동료 B씨와 함께 감호시설 철조망을 넘어 탈출했다가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고 1982년 4월 이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2018년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설립의 근거 법령이었던 당시 계엄포고(제13호)가 위헌, 무효라고 봤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으로 삼청교육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임이 입증됐습니다.

이에 A씨는 최근 억울한 옥살이를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초 위헌·무효인 계엄포고에 따라 구금됐고, 이에 기초한 사건 보호감호결정으로 감호시설에 피감호 중 도주해 사회보호법위반죄로 처벌됐다"면서 "이 사건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해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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