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여론반하는 예산 막는 건 의무"
대통령실이 옛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새 건물 건립에 800억 원대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용산 이전 비용으로 496억 원이 든다고 밝힌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17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예고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국유재산관리기금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외빈 접견 등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총 878억 6,300만 원이 책정됐습니다. 사업 시행 주체는 대통령 비서실이며 사업 기간은 2023년부터 2년 간입니다. 내년에만 예산의 절반 이상인 497억 4,600만 원이 책정됐습니다.
기재부는 검토 의견에서 "외빈 접견과 행사 지원 등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부속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용산 집무실 이전 비용에 약 496억 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힌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민주당은 오늘(1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영빈관을 짓는데 878억 원이면 수재민 1만 명에게 천 만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 아니냐"며 "어쨌든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의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2023년 예산안에 900억 원에 가까운 영빈관 신축 예산을 슬쩍 끼워 넣었다"며 "양치기 예산을 편성해서 가뜩이나 민생고로 힘든 국민을 또다시 속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당선인 시절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며 "5,000만 국민 앞에서 양말 뒤집듯 거짓말하는 것을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878억 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예고하자 이 대표는 "그렇게 하시죠"라고 동의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마이크를 건네주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날 최고위 회의는 영빈관 예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고통을 받고 있다. 높은 것은 물가, 금리, 환율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원성 또한 더 높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대통령실의 영빈관 878억 예산"이라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농업인의 절박한 요구와 삶은 내팽개치고, 900억 가까운 새 영빈관을 짓는 것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특히 박 최고위원은 "영빈관 이용의 수혜자가 국민이라고 하는데 옛 왕들도 새로 궁전을 지으며 '백성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다고 한다. 차라리 다시 청와대로 들어가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날(15일) 밤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뒤 내외빈 행사를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열었으나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며 "이에 부속시설 신설 필요성을 국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산안의 최종 결정권은 국회에 있다"며 "예산안이 확정되면 관련 비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