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때면 매수 문의가 늘어야 정상인데 조용하네요. 가끔 오는 전월세 문의도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가을 이사철 성수기를 맞았지만 올해 대목은 관망세는 커녕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거래량도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과 불안한 경제여건 등의 여파로 극심한 거래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042건으로 작년 동기 거래량(3만4577건)의 약 26%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달(14일 기준) 매매거래량(487건)은 작년 8월(4064건)의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학군 수요가 풍부한 강남구와 양천구, 노원구 거래건수도 각 38건, 18건, 31건으로 두 자릿수에 그쳤다. 아직 8월 거래 신고기간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도 시장 분위기를 볼 때 지난달 거래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인 5월 9일 5만5509건(아실 자료 참조)에서 지난 12일 기준 5만8494건으로 5.4% 늘었다. 거래 체결이 없으니 매물만 쌓이고 있다. 매물생존일 역시 증가하고 있다. 매물생존일은 부동산 물건이 온라인상에 등록된 이후 거래 등으로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매물생존일이 길어질수록 매물 소화가 안된다는 의미다. 부동산지인 자료를 보면 서울의 매매 매물생존일은 5월 초 30.6일에서 이달 32.4일로 늘었다.
거래 절벽은 단연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집계가 완료된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는 2만1836건으로 월별 기준 올해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7월 매매거래량(5만9386건)보다 63% 가량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기(1만6580건→4567건)와 인천(3514건→1041건)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다.
매수와 매도거래가 멈춰선 데는 금리 인상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집값 상승 피로도, 세금 부담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은 지난달 초까지 90대를 유지하다 이달 86.7로 떨어졌다. 서울(80.9), 경기(84.4), 인천(82.8), 지방(90) 등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추석이 지나고 부동산 시장은 가을 이사철 수요로 인해 활기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침체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달에도 예정돼 있는 데다 정부 역시 "소득과 대비했을 때 지금 집값은 너무 높은 수준"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상한을 80%로 완화하는 등 일부 규제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기에는 역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는 투기지역과·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종전 40%, 조정대상지역은 50%에서 80%로 LTV가 완화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지난 7월부터는 더욱 강화된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도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지역 내 적용 중인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에 대해서 완화 여부를 고심하고 있지만, DSR 완화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일단 서울을 비롯한 아파트값이 추세적 하락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아파트 매물도 유의미하게 늘고 있어 가격 하락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수요자에 대한 LTV 한도를 미시적·제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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