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 속 1%대 하락 마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고공행진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코스닥 역시 1%대 밀리며 장을 마쳤다.
14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38.12포인트(1.56%) 하락한 2411.42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장 초반 3% 가까이 떨어지며 2381.5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선 점차 낙폭을 줄이며 24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는 지난 8일에는 0.33% 상승했고, 전날엔 무려 2.74% 급등하며 2450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390원을 넘어서면서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9.4원 오른 1393원에 장을 시작해 장 중 한때 1394.8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웃돈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 이후 약 1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결국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90.9원에 마감했다.
간밤 미국의 물가 쇼크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8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8.3%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8.0%)를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다음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에서도 0.7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 역시 일제히 추락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3.94%, 4.32% 밀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16% 급락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의하면 이들 지수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국내 증시 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를 기록중이다. 현재 일본니케이225지수와 토픽스지수는 각각 2.78%, 1.97% 하락하고 있다. 중화권 증시 역시 출렁이고 있다. 중국상해종합지수 심천종합지수는 각각 0.80%, 1.19% 떨어지고 있다. 홍콩의 항셍지수도 2.37% 하락중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중장기 추세는 명확해졌다는 판단"이라며 "글로벌 주요국들의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 경기불확실성 확대, 경기모멘텀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 주식시장의 하락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들도 대부분 파란불이 켜졌다. 국내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2%대 하락하면서 5만68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3.44% 하락하기도 했으나 오후 하락폭을 줄여나갔다. 삼성전자는 전날 4.50% 급등한 바 있다.
또 금리 인상에 취약한 국내 대표 기술주 네이버와 카카오도 큰 폭으로 밀렸다. 특히 네이버는 이날 장 초반 한때 5% 넘게 급락하며 22만6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네이버는 이날 전일대비 3.56% 하락한 23만원에 마감했다.
카카오 역시 전일보다 2.71% 하락한 6만81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밖에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기아 등은 1%대 하락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하락장 속 각각 0.30%, 1.99% 상승하며 빛을 발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종이·목재와 비금속광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철강·금속과 건설업, 보험, 서비스업은 2%대 급락했고 섬유·의복과 화학, 의약품, 기계, 전기·전자, 운송장비, 유통업, 전기가스업, 통신업, 금융업, 증권 등은 1%대 밀렸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41억원, 2394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 투자자 중에서 금융투자가 3035억원을 팔면서 매도세를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홀로 3890억원 순매도했다. 또 연기금이 급락장 속 1427억원을 사들이며 구원 투수로 등판,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프로그램매매는 177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대비 13.86포인트(1.74%) 하락한 782.93에 장을 마쳤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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