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콘크리트 바닥 위에 차린 합동 차례상…술 올리고 돌아서서 눈물
입력 2022-09-10 19:30  | 수정 2022-09-10 19:41
【 앵커멘트 】
앞서 보신 것처럼 가족들과 풍요롭게 보내야 할 추석인데,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주민들에게는 참 서글픈 하루였습니다.
임시로 마련된 대피소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주민도 있는데요.
수해를 입은 경북 포항의 한 마을의 추석날 하루를 안진우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기자 】
대피소 입구에 차례상이 차려졌습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놓인 차례상이지만 전과 떡, 과일, 문어까지 최대한 갖췄습니다.

정성스레 잔을 올린 한 주민은 돌아서자마자 눈시울을 적십니다.

▶ 인터뷰 : 박경자 / 경북 포항시 대송면
- "(고향에 내려온 가족들은) 잘 곳이 없으니 모텔에 가고…. 제사상을 보니 조상님 차례도 못 지내잖아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과…."

지난해 남편을 잃은 한 주민은 차례상을 보자마자 울먹입니다.


▶ 인터뷰 : 여두리 / 경북 포항시 대사면
- "아저씨 돌아가신 지 1년밖에 안 됐어요. 그래서 눈물이, 우리가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합동 차례 후 대피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넉넉한 명절 음식은커녕 대피소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

"몇 개 드릴까요? 5개요. 국만 5개 드리면…."

고향 집을 찾은 남동생을 만난 누나는 서러움이 복받치는 듯 참았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 인터뷰 : 김정호 / 울산시 신정동
- "뉴스에서 접하는 것보다 직접 보니 정말 심각하네요. 심각하네요. 현장을 목격 안 한 사람은 모르겠네요."

▶ 스탠딩 : 안진우 / 기자
- "태풍이 휩쓸고 간 경북 포항의 한 마을입니다. 도로 곳곳에 침수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된 집기들이 쓰레기 더미처럼 아직도 잔뜩 쌓여 있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폐허로 변한 마을.

피해 주민들에게 이번 추석은 풍요로움을 즐기는 명절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날로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MBN뉴스 안진우입니다. [tgar1@mbn.co.kr]

영상취재 : 오현석 VJ
영상편집 :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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