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눠주는 3만원짜리 스팸 추석선물세트 1개를 추가로 가져갔다가 해고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상남도의 모 방위산업체에서 품질관리 담당으로 근무한 A씨는 입사한 지 1년 2개월가량 지난 작년 추석을 앞두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추석선물 세트 가운데 '과일세트'를 신청해 받았다.
그런데 추석 엿새 전인 작년 9월 15일 A씨는 회사 건물 로비에 놓여 있던 '스팸 추석선물세트'를 한개 더 들고 퇴근했다. 회사는 이를 문제 삼았고, 한 달 뒤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A씨는 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은 날부터 이틀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임직원용 추석선물 무단반출"을 징계사유로, '해고' 징계의결을 했다. 위원회는 의결서에 '부서장 및 상급 직원의 지적에도 개선의 노력이 없이 무단결근, 회사물품의 절도 등으로 회사 및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등 갱생의 의지가 보이지 않음으로 참석위원 만장일치 해고를 결정한다'고 적었다.
A씨는 즉각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시가 3만원 상당에 불과한 선물세트를 절도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피고의 징계양정은 명백히 부당하다"며 "근무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모욕, 명예훼손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회사가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0만원의 위자료 지급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그가 근무 중 수시로 가상화폐·주식거래를 하거나 동료에게 반말·험담·이간질을 하는 등 '직장질서 문란행위'를 했고, 잦은 실수로 직무능력이 떨어지면서도 개선 의지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해고 사유는 추석선물 무단반출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사측은 "청렴성과 보안유지를 중시하는 방위산업업체의 특성상 부당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영욱 부장판사)는 최근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2021년 11월17일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1년 11월18일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월 259만3492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사위는가 직장질서 문란행위, 직무능력 결여 부분에 대해 원고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사유로 삼지 않았다고 봤다. A씨의 추석선물 무단반출과 무단결근은 다른 징계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해고사유로는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3만원 상당의 선물세트 역시 보안이 필요한 물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 직원과 면담하면서 이 사건 선물세트를 되돌려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며 "추석선물 무단반출 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까지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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