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가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국무총리에 오른 가운데 그의 파란만장한 삶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과거 불륜 스캔들, 군주제 폐지 주장 등 영국 정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꼽힌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여왕을 만나 총리가 되기 위한 절차를 마쳤다. 신임 총리는 여왕의 손에 입을 맞추고, 여왕이 내각을 구성하라고 요청하며 취임을 승인했다. 이 행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됐다.
트러스 총리는 당초 마거릿 대처를 롤모델로 꼽으며 보수 당원의 지지를 받았다. 대처 전 총리와 비슷한 복장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서며 '대처 코스프레'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던 대처 전 총리와 비교해 그에게 '제 2의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반(反)대처 시위에 나서며 군주제를 폐지하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75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트러스 총리는 부친은 수학과 교수, 모친은 간호사로 진보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영국 최고 명문인 옥스퍼드대 PPE(철학·정치학·경제학)를 전공했는데, 이 때 중도 성향인 자유민주당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당원으로 활동할 당시 1994년 영국 군주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트러스 총리는 법무장관과 재무장관, 외교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 인생의 큰 암초를 하나 만나게 된다. 바로 트러스 총리가 불륜을 저지르면서다.
그는 1997년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회계사 휴 오리어리와 처음 만나 3년 뒤 결혼했는데, 이후 정치 멘토였던 마크 필드 전 보수당 의원과 1년 6개월 간 불륜 관계였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로 인해 트러스 총리는 '불륜의 여왕'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된다.
필드 의원은 결국 이혼을 했지만 트러스 총리는 부부 관계를 끝까지 지켜냈다. 남편 오리어리가 트러스 총리의 불륜 사실을 눈감아주면서다. 오리어리의 구체적인 심경은 전해진 바 없지만 그는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언급을 피해왔다.
트러스 총리는 불륜 스캔들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는 한편 남편과의 굳건한 사랑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끔찍한 실수였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러스 총리는 자신의 SNS에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AFP 등에 의하면 조만간 트러스 총리는 오리어리와 10대 두 딸과 함께 관저에 입주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오리어리가 선거운동 중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향후에도 조용히 트러스를 도울 것으로 예상했다. 오리어리는 리버풀 출신으로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회계사가 됐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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