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지난 7개월여간 LG에너지솔루션을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 금액만 5조원에 육박했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연기금이 가장 많이 던진 주식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주체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올해 1월 27일부터 9월 8일까지 이 종목을 4조971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은 6390억원이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이상 매도 우위였다는 뜻이다.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상장 이후 매수 우위 기조를 지속했다. 지금까지 이 종목 거래가 이뤄진 152거래일 중 매도 우위를 보인 날은 14거래일뿐이다. 또 연기금이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을 순매수한 금액은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인 셀트리온 순매수 금액 3807억원의 13배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3조4719억원), SK하이닉스(1조74억원) 등을 내다팔았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에 따라 반도체주 인기는 뚝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주식 운용에 벤치마크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코스피200에 들어갔다.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는 이 종목을 담으려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대형주를 팔아야 하는 구조다.
연기금이 강력한 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주목받으면서 외국인도 매수 행렬에 가세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지난 8일 장중 49만4000원까지 오르며 상장 초기 이후 처음 50만원 회복을 눈앞에 뒀다. 7월 초 저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40%가량 뛰었다. 지금까지 순매수 금액에서 수량(169만3071주)을 나눠 추산한 연기금의 LG에너지솔루션 평균 매수 단가는 약 46만5000원이다. 주가가 한때 40만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한동안 손실권이었으나,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5% 정도 수익권에 진입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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