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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기술전쟁에…美반도체·中배터리 치명상
입력 2022-09-05 17:58  | 수정 2022-09-05 20:38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면서 중국 배터리업체의 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칩 수출 규제까지 단행하면서 양국의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주식형 ETF 가운데 미국 반도체 지수를 2배 추종하는 타이거(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ETF는 16.1% 하락해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나스닥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코덱스(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 ETF도 10%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1.2%), S&P500 지수(-4.1%)보다 하락 폭이 컸다.
전 세계 대표 반도체업종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제조 관련 미국 반도체 회사 30개로 구성돼 있다. 엔비디아, AMD, 인텔, 브로드컴, 퀄컴 등이 대표적인 지수 편입 종목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봉쇄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미국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에만 18% 이상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지난달 10% 넘게 빠졌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출 제한이 적용되는 칩은 고성능 컴퓨팅(HPC)용으로 엔비디아 전체 사업부 가운데서도 수익성이 높은 품목"이라며 "주력인 데이터센터 사업이 영향을 받아 추가적으로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국 산업 육성 정책에 중국의 2차전지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 달 동안 중국 ETF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TIGER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 ETF는 10% 이상 하락했다.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합성) ETF 역시 11%가량 하락했다.
지난달 미국이 자국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면서 중국 배터리 기업에 불똥이 떨어졌다. 전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는 미국에 생산 공장이 없어 북미 시장 접근이 사실상 차단됐다.
중국 2차전지 대표주인 CATL은 북미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미국에 생산 공장을 세우려고 했지만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투자 계획을 보류하기도 했다. CATL 주가는 지난달에만 10%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선전, 청두 등 경제 규모가 큰 중국 도시가 봉쇄되고, 전력난 여파 속에서 중국의 제조업 경기 위축세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것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에만 1.8% 하락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고조뿐만 아니라 경기 개선 속도 둔화와 부동산 업황 부진 등 위험 요인이 늘어나는 점은 중국 증시에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핵심 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ETF 수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국내 ETF 시장에서는 7개월 만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KG제로인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ETF 시장에서 자금 1조6390억원이 유출된 이후 지난달 다시 1조원대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6월 1조원대 순유입세가 지속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주식 시장 부진에도 ETF 시장에서는 자금이 순유입됐던 기존 상황과 달라진 모습"이라며 "8월의 설정액 감소는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 바이오·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와 국내 철강주를 담은 ETF는 한 달 새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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