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콜라·컵라면 버젓이 파는 우수판매업소…"이제 그만 할래요"
입력 2022-09-02 19:00  | 수정 2022-09-02 19:51
【 앵커멘트 】
학교 주변엔 고칼로리나 고카페인 식품을 팔지 않는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가 있습니다.
구청 등 지자체가 지정하고 보조금도 지원합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돌아보니 우수판매업소들 가운데 팔면 안 되는 식품을 파는 곳들이 있었는데,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음식점.

콜라를 시키자 곧바로 음식과 함께 가져다줍니다.

다른 음식점도 메뉴판에 콜라와 사이다가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음식점들입니다.

학교 주변 업소 가운데 선정되는 우수판매업소는 탄산음료는 물론 과자나 빵 등 정부가 지정한 고열량·고카페인 식품 3천 5백여 가지를 팔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 "혹시 여기 음료수도 있어요?"
- "콜라, 사이다, 식혜 세 가지. 큰 거 드릴까요, 작은 거 드릴까요?"

우수판매업소는 전국에 1천7백여 곳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교 매점에서도 탄산음료는 물론 여러 종류의 컵라면까지 팔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 학생
- "아침에 가서 먹거나 아니면 급식 맛없으면 그때 대신 컵라면으로 먹고."

업소도 할 말이 많습니다.

우수업소로 지정되면 약간의 보조금 지원이 있지만 혜택은 적고, 판매 식품 제한에 잦은 점검까지 규제는 잔뜩 늘어난다는 겁니다.

한 업소는 구청에 지정을 풀어달라고 몇 년 전부터 요청했다고 하소연합니다.

▶ 인터뷰 : 음식점 관계자
- "위생검사 오시는 분들한테 안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 "조건은 까다로운데 얻는 건 없고?"
- "없죠."

지자체도 우수판매업소를 유인할 당근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저희가 여러 가지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 보니까 실제적으로 그 업소에서는 그렇게 원하지 않으세요."

식품진흥기금을 사용해 지원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한정된 기금으로 쓸 곳이 많아 우수판매업소 사업에까지 잘 배정되지 않는 겁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기금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편성해서 주는 데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주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자체를 독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서울시의 우수판매업소 수는 3년 새 20%나 줄었습니다.

탄산음료 등 우수판매업소 판매 금지 식품을 가까운 음식점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어 우수판매업소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우수판매업소 제도는 2008년 시작됐는데, 지금도 실효성이 있는지, 예산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고 개선 방안을 찾을 때입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권민호 VJ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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