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임신 전' 음주도 태아에 악영향…"거대아 출산 위험 2.3배 늘어나"
입력 2022-09-02 11:33  | 수정 2022-09-02 13:21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일주일에 2회 이상 음주할 경우 거대아 발생률 2.5배 늘어나
질병관리청 "새로운 위험 예측 모델 나왔으니 건강 관리에 활용"

임신 중에 술을 마시면 태아에게 해롭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임신 전'에도 고위험군 수준으로 음주를 할 경우 태아에 악영향을 미쳐 거대아를 출산할 위험이 2.3배 늘어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2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원호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임신 전 1회에 5잔 이상 또는 일주일에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고위험 음주군의 경우 거대아 발생률이 7.5%로 나타났다며, 비음주군의 거대아 발생률이 2.9%, 일반 음주군이 3.2%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2.5배 이상 높았다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거대아 발생의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히는 산모의 나이, 임신 전 비만도, 출산 경험, 임신성 당뇨, 흡연, 운동 등의 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임신 전 고위험 음주군'은 거대아 출산 위험도가 비음주군과 일반음주군에 비해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대아는 출생 당시 몸무게가 4000g 이상인 아기를 지칭하는 용어로, 거대아 발생 진단은 초음파와 양수량 측정 등의 방법을 사용해도 정확성이 매우 낮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처럼 사전 예측 정확성이 낮다보니 출산을 한 이후에야 거대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거대아 위험예측모델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을 통해 구축된 한국인 임신 등록 코호트 4542명 중 2886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음주 외에도 '임신 전' 고위험 음주가 거대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임상 코호트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임신 중' 산모 음주율은 1~5%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임신 전'에 해당하는 가임기 여성의 음주율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준 여성의 연령별 월간 폭음률은 19~29세 44.1%, 30~39세 26.2%였습니다.

태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임신 전 어느 시점부터 음주를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동물실험에서는 임신 시점 2주 전부터 이뤄진 음주도 태아의 발달 저하 등 유의미한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전 음주도 태아 발달 이상을 통한 거대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는 직접적 근거를 한국인 임신 코호트를 통해 처음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향후 새로운 위험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위험성 관련 교육·홍보 자료와 건강관리지침 등에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역학 분야의 국제적 학술지인 '플로스 원'의 8월 온라인판에도 게재되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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