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계단을 따라 내려가 서점 안쪽으로 들어가자 진한 커피 향과 함께 커피를 내리는 기계 소리가 들려 왔다. 이날 새롭게 문을 연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이었다. 매장 안에는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국내에서 서점 안에 들어선 스타벅스 매장은 광화문교보문고점이 유일하다.
매장은 하나의 작은 도서관 같았다. 곳곳에 세워진 커다란 책장에는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다. 교보문고와 출판사 등이 폐기하려던 책을 모아 공간을 꾸민 것이다. 매장 앞 중앙에는 "이달의 주제는 '가을이 오면'입니다"라는 푯말이 세워진 큐레이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여기에는 추천도서 10권과 함께 각 책에 대한 짤막한 소개 글이 놓여 있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달 스타벅스가 정하는 주제에 맞춰 교보문고에서 추천도서를 선정해 큐레이션하는 협업 공간"이라며 "해당 도서는 매장 내에서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9월의 추천도서는 가을에 읽기 좋을 만한 책으로 '오늘도 취향을 요리합니다' '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등이 꼽혔다.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주문대 앞에 위치한 큐레이션 공간. 매달 주제를 정해 추천 도서를 선보인다. [송경은 기자]
매장 한편에 자리한 작가의 책상도 눈길을 끌었다. 특정 작가를 주기적으로 선정하고, 해당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책상 위에는 작가의 사진과 관련 도서, 작가의 스토리 등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방문객이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감상 노트도 보였다.이번 출점과 관련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책과 커피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기획된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은 카페와 서점의 경계를 허문 특별한 매장"이라며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교보문고와의 협업을 통해 한 공간에서 두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전할 수 있는 매장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의 매장 규모는 155평, 160여 석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앞서 2003년과 2005년에도 서울 종로구의 영풍문고 종각종로본점과 대구 중구의 교보문고 대구점 안에 각각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매장을 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매장의 위치만 서점 안에 있었을 뿐 이번 광화문교보문고점의 경우처럼 서점과 카페가 서로 협업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현재 두 매장은 모두 폐점된 상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서울 시내에서 방문객이 매우 많은, 대표적인 서점이지만 건물 지하 1층이다 보니 밖에서는 스타벅스 매장이 보이지 않는 구조다. 그동안 주로 대로변에서 잘 보이는 건물에서 매장을 운영해왔던 스타벅스가 이제는 소비자들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내부. 서점 등에서 버려지는 책들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해 대형 책장으로 공간의 구획을 나눴다. [송경은 기자]
스타벅스는 앞서 지난 5월 지하철 신분당선 강남역 지하상가에 의자와 테이블이 없는 10평 남짓의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을 열기도 했다. 고객들이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 등으로 출퇴근길 편리하게 스타벅스 커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선역사점은 스타벅스가 지하철역 역사에 출점한 첫 매장으로 개점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부산 해운대구의 스타벅스 해운대엑스더스카이점 역시 해운대 엘시티 99층 전망대 안에 출점한 매장으로 전망대 입장 고객만 이용 가능하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가장 높다. 커피를 즐기면서 탁 트인 스카이 뷰와 해운대 바다, 부산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인기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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