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의 156억원 가치 대작이 서울에 온다.
추정가 700만~1000만 파운드 (한화 약 109억~156억)에 달하는 호크니의 1969년작 '이른 아침, 생트 막심(Early Morning, Sainte-Maxime)'이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기간인 9월 3~5일 분더샵 청담에서 전시된다.
이 작품은 호크니의 상징인 캘리포니아 수영장 시리즈와 '자연주의' 기법으로 그린 실험적인 이중 초상화 시리즈 사이에 시기적으로 걸쳐 있다. 화폭에 프랑스 남부의 장엄한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1970년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열린 호크니의 회고전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50여 년 만에 런던에서 다시 선보이는 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경매장에 등장한 것은 1988년 뉴욕에서였다. 이 작품은 서울을 시작으로 홍콩과 뉴욕 순회 후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크리스티 런던에서 프리뷰 후 경매된다. 크리스티가 10월 13일에 여는 20세기/21세기: 런던 이브닝 경매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이른 아침, 생트 막심(Early Morning, Sainte-Maxime)'은 1968년 가을 당시 연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Peter Schlesinger)와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네 편의 회화 중 하나다. 이 시기에 두 사람은 처음으로 생트로페 근처에 있는 영화감독 토니 리처드슨(Tony Richardson)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리처드슨 감독이 르 가르드프레네 바로 외곽 산속에 위치한 '르 니드 뒤 둑'에서 연 호화 파티에 자주 참석했다.
호크니에게 처음 빛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 사람은 피터 슐레진저였다. 빛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호크니의 작업 방식은 크게 변화한다. 슐레진저가 침대 위에 엎드려 잠든 모습을 그린 다정한 초상화 '방, 타자나(The Room, Tarzana)'(1967)를 그리면서 호크니는 빛 자체를 하나의 소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호크니는 이런 관심을 확대해 수영장 그림을 그릴 때도 빛을 활용했다. 물은 결국 항상 변하며 결코 멈춰 있지 않은 빛의 보고로 표현되었다. 이런 관심은 '이른 아침, 생트 막심(Early Morning, Sainte-Maxime)'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호크니는 캘리포니아에서 4년을 지낸 뒤 1968년에 런던으로 돌아갔던 터라 호크니와 슐레진저 두 사람 모두 반짝이는 바다와 끝없는 여름이 펼쳐지는 프랑스 남부에 한 눈에 매료됐고, 이 곳은 곧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리처드슨 감독의 집은 '예술가의 초상(수영장의 두 인물)(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의 배경이 되었고, 이 작품을 그리기 시작한 1971년 호크니와 슐레진저는 이별한다.
크리스티 유럽의 전후 현대 미술 책임자 캐서린 아널드(Katharine Arnold)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른 아침, 생트 막심(Early Morning, Sainte-Maxime)'에서 우리는 연인 피터 슐레진저와의 관계가 무르익으면서 깊은 만족감과 편안함을 느끼던 호크니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화는 프랑스의 리비에라 해안가 위로 해가 떠오르며 드리우는 밝은 빛을 담아낸다. 물의 다면적 특징을 화폭에 옮기는 호크니의 천재적 재능을 잘 보여준다. 그 같은 재능은 이 작품 이전에 그린 캘리포니아 수영장 시리즈에 시적인 효과를 더했다. 또한 이 작품은 호크니의 대표작이며 호크니가 피터 슐레진저와 헤어진 뒤 겪은 슬픔을 받아들이면서 그린 '예술가의 초상(수영장의 두 인물)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보다 먼저 완성됐다. 물 전체에 빛이 반사된 풍경은 1967년작인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런던 테이트 미술관 소장)의 역동성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중요한 작품을 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크리스티에서 여는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로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20세기/21세기 미술 부서 공동 대표인 크리스티안 알부(Cristian Albu)는 "크리스티는 1995년에 서울 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한국에서 우리 고객층을 넓히는 데 주력해 왔다. 올해는 미술관 수준의 수준 높은 전시 'Flesh & Soul: Bacon & Ghenie'와 같은 시기에 서울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토록 중요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세계의 미술계가 서울의 역동적인 아트 위크와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드는 지금, 물을 주제로 한 호크니의 이 아름다운 초기작이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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