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변리사 공동소송대리, 로스쿨 통한 특허 전문 변호사 배출 늘려 해결해야
입력 2022-09-01 09:10  | 수정 2022-09-01 11:16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

지난 5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 변리사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 근거는 △중소·벤처기업이 변리사 공동대리를 원하고 △변호사가 필수적으로 대리인으로 선임되니 법률전문성 문제가 없으며 △해외 일부 국가도 변리사 공동대리를 허용하고 있고 △변리사의 전문적 역량이 소송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위 근거들은 모두 타당하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이 변리사 공동대리를 원하니 공동대리가 필요하다식이라면, 어떤 변화든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상당 수 있으므로'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에 불과하며, 당위·입법론적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는 주장이다. 국가자격사 업무범위와 소송대리 체계와 관련한 법 개정은 국가 전체와 공공이익의 관점에서 법 체계의 균형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신중히 다뤄져야 하는 것이지, 체계일관성과 장기적 체계를 고려하지 않는 특정 집단의 근시안적 요구에 기인해서는 안 된다.
특허 등 침해소송이 있을 때 법률 사무에서 변호사 담당 부분과 변리사 담당 부분은 기계적으로 나눠질 수 없다. 법률사무 특성상 '사실관계'라는 동전의 앞면과 '법률적 쟁점'이라는 동전의 뒷면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법률사무는 특성상 업무량이 방대해 소송 전 과정에 변호사가 개입하도록 강제하지 않으면, 법률적 쟁점에 따른 사실관계 분류 같은 법률사무의 적지 않은 비율을 법률 비전문가들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법률 비전문가들의 소송수행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 몫이다. 변호사를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 삼아 소송대리인 지위를 변호사에게만 부여하면서 변리사 등 관련 전문가가 변호사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도록 한 이유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다.
소송대리 제도는 세계 각국이 역사와 문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필자가 만난 모 미국 연방행정판사는 "미국에서 변리사(Patent Agent)가 소송대리에 관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로스쿨 교육을 받고 변호사 시험에 통과한 특허 전문 변호사(Patent Attorney)만이 법정에서 변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리사는 소송에 있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비전문가의 소송대리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국가가 있다고 한들, 진정 합리적인 숙고 과정을 거쳐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단순히 근시안적 요구에 따른 직역이기주의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각 분야 전문가가 논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위한 고도의 법적 사고능력과 이를 통해 법관과 오류 없이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법조인에게 전문적 사실관계를 이해시키고, 이를 법률과 논리학 문법으로 표현해 법관과 오류 없게 소통하는 일은 보다 수월하다. 이러한 연유로 근대 사법제도 철학은 법관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법조인이 법정에서 당사자를 대리해야 공정한 재판이 이뤄진다고 봤던 것이다.
변리사와 같은 전문가 지식을 소송과정에서 반영하기 위한 감정제도 또는 전문심리위원 제도 등이 이미 존재하고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소송과정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이를 확대하거나 내실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하면 된다. 변리사 등 유사직역을 축소하고 전문 변호사들이 유사직역 영역을 담당함으로써, 법조인로서 종합적 법률사무처리능력과 법적 사고능력을 가진 자들이 국가의 제반 법률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도 있다. 장기적으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체계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애초 계획한 대로 로스쿨을 통한 특허 전문 변호사 배출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변호사시험 5회)]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