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맞대결로 정치권 관심을 모았던 여야 축구대회가 추석 이후로 순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실상 무효화되면서 어수선해지자 당 내에서 만류해 연기된 것이다. 여야의 불꽃튀는 대결을 위해 시간을 쪼개 열심히 준비했던 야당 측은 이해를 하면서도 허탈한 표정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들은 당초 30일 국회운동장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여야 국회의원 축구대회'를 추석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 축구대회는 여야 의원들이 직접 선수로 뛰는 친선 축구 대회로 22년 만에 열리는 여야 맞대결 이었다.
여야는 이번 대회가 결정된 이후 각팀 감독으로 각각 이영표·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선임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대회는 전·후반 각 25분으로 진행하고 국회의원축구연맹의 여야 간사를 맡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팀의 주장으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주요 선발로는 여당팀의 경우 김학용·정동만·박형수 의원 등이, 야당팀의 경우 한병도·김영진·조오섭 의원 등이 출전 예정이었다. 여당팀에서는 김미애 의원의 출전이 거론되며 야당팀에서는 임오경 의원의 출전이 유력했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시축으로 막을 올리며 경기 후 열리는 김 의장 주재 만찬까지 제공할 예정이었다.
이번 친선 축구경기를 위해 야당은 지난 16일을 비롯해 23일, 여당은 17일과 24일 도 연습 경기와 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여당팀 주장인 송석준 의원은 지난 19일 장대비 속에서도 사전 연습경기를 겸사겸사 해서 국회내 'ROTC 출신 대 해병대 출신' 경기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국민의힘 측이 민주당 측에 갑작스럽게 경기 순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주최측 인사는 "일단 내일 비가 하루 종일 온다는 소식도 있었다"면서도 "아무래도 지난 주 법원 판결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되고 당내에서 비대위 재추진과 반대 목소리 등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경기를 미루자는 목소리가 많아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에 연기된 경기는 추석 이후로 날짜를 여야가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에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시킨다고 이날 비대위원들간 결의해 30일 의총을 열기로 한 바 있다. 여야간 축구 경기 역시 비대위 출범 후 조금이라도 당이 안정된 상황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측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지만 당초 30일 개최 예정이었던 본회의도 여야간 종합부동산세 완화 이견 등으로 순연된 만큼 이해는 한다는 반응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맨날 여야간 정쟁을 떠나서 그라운드에서 명승부를 펼쳐보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갑자기 연기되서 아쉽긴 하다"면서도 "민생법 처리하는 본회의도 연기되고 하는 상황에서 순연이 맞다는 생각은 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전 여의도에서 관전평은 전력상 민주당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소야대의 의석수 상황상 민주당 측이 선수풀이 훨씬 넓고 젊은 선수들도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한병도 의원(재선)이 뛰어난 운동신경과 함께 무한 체력을 자랑하며 '민주당의 박지성'으로 주목받았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축구팀 간사인 라이트윙 송석준 의원(재선)이 국토부 공무원 시절부터 다져온 체력과 축구실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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