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2주만'에 막을 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권성동 직무대행체제'로 재전환하기로 하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냉랭해지는 모습이다. '사퇴 여론' 압박에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 이후 거취를 표명하겠다며 '자진 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자진 사퇴론'을 의식한 권 원내대표가 출구전략을 세우는 모양새다. 잇단 '리더십 리스크'로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버텼지만, 이제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의원총회에서 밝혔듯이 원내대표로서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후 제가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직을 계속 유지할지 자진사퇴할지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이다. 다만 "저는 단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 자리에 연연했다면 대선 기여자로서 인수위 참여나 내각 참여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저는 일찍이 포기했다"며 '정치적 이익에 따라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했다. 새 비대위 구성 후 "자진사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를 꾸리기 위해 '권성동 직무대행체제'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에게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데 따라 리더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장 의결할 수 있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직대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를 구성하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는데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어떻게 하는가)"라며 "의원총회에서 결의하지 않았는가. 입장문이 나왔고 그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와 현 지도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반면 당내 중진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 원내대표 체제에서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 직무대행체제에서 새 비대위가 꾸려진다면 이준석 전 대표가 또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며 "결국은 또 쳇바퀴 돌듯 갈등만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결국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갈등을 수습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당내에서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서 먼저 물러난 뒤 새 원내대표가 당내 사안을 수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의총 결정에 대해 "정치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죽이고, 당을 죽이고, 대통령을 죽였다"면서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정치를 살리는 길이고, 민주주의와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며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 내의 일련의 상황과 관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당내 중진들까지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온 상황인데, 권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권성동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파문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홍이 '이준석 사태'에서 이제는 '권성동 사태'로 이동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제는 매듭지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가 갑작스레 사퇴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상황을 고려해 권 원내대표는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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