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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배트로 홈런 친 가르시아 '원 팀' LG에선 특별한 일 아니다
입력 2022-08-29 10:16  | 수정 2022-08-29 10:44
가르시아가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LG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29)는 28일 잠실 키움전서 홈런 포함 4타점을 쓸어 담았다.
열흘 만에 나온 홈런포. 외국인 타자의 홈런이 특별한 일이 돼선 안되지만 가르시아의 홈런에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오지환의 배트로 친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 있던 가르시아에게 자신의 배트를 건네주며 응원을 보냈고 기적 처럼 그 방망이로 다시 가르시아의 타격 페이스가 살아났다.
그러나 LG에서 다른 선수의 배트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트를 함께 쓰는 문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LG 김민성은 팀을 옮긴 뒤 가장 놀랐던 일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네거 내거 없이 다들 돌려 쓰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었다.
선수들이 쓰는 배트는 가격대가 높다. 15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 사이에 가격이 책정된다.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수입 고가 배트는 3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이 보통이다.
A급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춤형 배트를 주문해서 쓰기도 한다. 배트를 돌려 쓴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민성은 "LG 선수들은 누가 구입한 배트인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놓여 있는 배트 중 손에 맞는다 싶으면 그 선수가 주인이 된다. 사례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말로 끝낸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라고 말했다.
LG만의 전통이다. 좀 더 여유있는 주축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방망이를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채은성은 "연봉이 적어 배트 구입에 부담을 느끼던 시절 선배들이 자신의 배트를 선뜻 내주며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쓰는 배트는 질이 확실히 달랐다. 그런 배트들을 쓰면서 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후배들에게 좋은 배트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끼던 배트라도 후배들이 쓰겠다고 하면 선뜻 내준다. 다른 팀이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LG는 배트를 함께 쓰는 것이 오래된 문화다. 고가의 배트를 구입했을 때 후배들에게 먼저 써 보게 할 정도다. 그 배트가 후배의 손에 잘 맞으면 그 후배가 쓰게 된다. 좋은 선배들이 좋은 전통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LG만의 전통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 뭉치고 있다. 좋은 배트를 한 명이라도 더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개인주의가 강한 팀' 이라는 인식은 편견일 뿐이다. LG는 LG만의 방식으로 '원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르시아도 그 아름다운 전통의 한 자락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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