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암 투병 중에도 노숙자 돌봤는데…'쪽방촌 대부' 김흥룡 목사 별세
입력 2022-08-27 17:44 
2002년 TV에 방영된 고인의 모습[사진 캡처=SBS 'TV 아름다운가게']

모두가 어려웠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 목욕탕 겸 쉼터 '나사로의 집'을 만들고 30여년 간 노숙자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 김흥룡 목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다.
김 목사는 탄광 광부, 찹쌀떡 장사, 고교 급사, 공장 노동자를 거쳐 1975년 보리차를 끓이는 일용직 사환으로 한국은행에 들어갔다. 2년 뒤 정규직 도서관 사서가 됐다.
고인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탄광 광부가 됐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 군 제대 뒤 무작정 상경했다가 서울역에서 1년 정도 노숙하며 구걸했다.
이때 목욕하지 못했던 비참한 경험이 '나사로의 집'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걸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잠바 벗어주기 운동'과 '지하철 내 서적 제공 운동'을 벌였고 대통령 표창과 서울시민대상을 받았다.

1978년에는 수술로 오른쪽 콩팥, 1985년에는 왼쪽 신장의 3분의2를 도려냈다. 이 때 "살려 주시면 남은 삶은 헐벗은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죽음의 위기를 넘긴 뒤 신학 공부를 시작해 1993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95년 퇴직 후 1997년 5월 은행 퇴직금 3000만원을 털어 서울역 부근 쪽방촌에 50평짜리 나사로의 집을 설립했다.
IMF 사태로 '노숙자' 개념이 생기자 서울시는 2000년 3월 종로구 돈의동과 남대문 2곳에 노숙자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남대문 센터 운영을 김 목사에게 맡겼다.
김 목사의 사역을 모델 삼아 중구와 용산구에도 쪽방촌 상담센터가 생겼다. 고인은 '쪽방촌 대부'로 불렸다.
고인은 2006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2010년에는 위암 판정을 받았고 위를 모두 들어냈다. 고인은 2019년까지도 나사로의 집 봉사활동을 펼쳤다. 신장 결석이 생기고 위암이 피부암으로 번지면서 세상을 떠났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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