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가 이탈리아에서 약 10년간 간첩 활동을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동군사령부 주관 행사에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6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영국 온라인 탐사매체 벨링캣, 독일 슈피겔,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디 인사이더도 10개월 간 공동 취재한 결과다.
보도에 따르면 '마리아 아델라'라는 이름의 러시아 스파이는 2009년부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그는 2009~2011년 로마와 몰타를 오간 뒤 2013년 나폴리에 정착해 보석 가게를 운영했다.
아델라는 사교클럽을 통해 나폴리에 본부를 둔 나토 합동군사령부와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다.
라 레푸블리카는 "아델라가 나토와 미 해군 사령부 내부까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토와 미 해군이 주관한 연례 댄스 행사와 자선 행사에 아델라가 참석했다"고 전했다.
아델라를 만난 이들은 그가 환한 미소와 검은 긴 생머리를 지닌 매력적인 여성이었다고 증언했다. 6개 국어에도 능통했다고 한다. 그는 행사가 있을 때면 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고 웃으면서 군 주요 인사들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아델라의 정체가 탄로난 건 여권 때문이다. 아델라가 총 3개의 러시아 여권을 사용했는데 3개 모두 여권번호가 러시아 군(軍) 첩보조직인 정찰총국(GRU) 요원들의 것과 비슷했다고 한다.
GRU 요원들은 2018년 3월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전직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8년 9월 14일 '벨링캣'과 '디 인사이더'가 독살 시도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자 바로 그다음 날 아델라는 나폴리에서 종적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라 레푸블리카는 러시아 데이터베이스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아델라가 1982년생 올가 콜로보바라고 밝혀냈다. 콜로보바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아파트와 아우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콜로보바의 아버지는 앙골라,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활동해 훈장을 받은 러시아군 대령 출신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