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치솟은 집값에 누가 아이 낳겠냐…韓, 지구에서 사라질 것"
입력 2022-08-27 13:50 


※ 인터뷰 동영상을 매일경제신문 유튜브 '매경5F'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30세대는 물론 4050세대도 내 집 마련하는 게 힘든데 어떻게 아이를 쉽게 낳겠습니까. 돈 줄 테니 아이 낳으라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던 시기도 지났어요.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미션(임무)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인구 경제학자로 꼽히는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인구학적 측면에서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전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8%명대로 세계 꼴찌인데, 전 세계를 통틀어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국가는 한국이 최초"라며 "이는 인구학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서울 인구는 약 951만명이고, 2060년부터 서울 25개 자치구 인구가 전부 하락해 지금부터 100년 후 서울 인구는 약 2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인구가 줄고 있는 수도는 세계 전체를 통틀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5세대만 지나면 대한민국은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전 교수는 출산율이 낮아진 이유로 최근 4~5년 동안 집값 폭등, 일자리 부족, 여성들의 가사·육아 부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전 교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려면 적절한 크기의 집이 필요하다"며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폭등하면서 수 십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도 내 집 장만하는 게 매우 힘든데 누가 아이를 낳겠냐"며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성장이 지속적으로 둔화하면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급증했다"며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늘었지만, 가정에서 여성들의 가사·육아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에 출산을 꺼리거나 1명만 낳으려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한국이 묘책을 쓸 수 있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아닌 인구 감소를 저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 아이를 낳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 젊은 직원들이 원하는 복지 정책 등을 펼치는 기업에게 세제혜택 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으로는 내수경제와 서비스 육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수출 중심 국가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지 못해 특정 국가에 의존하거나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내수경제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종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규제해왔다"며 "서비스업체들은 인력을 바로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가 제조업보다 더 빠른 데다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출산율은 줄고 있지만 10년 내 수도권 집값은 폭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1인 가구에 적합한 집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한 데다 수도권에는 여전히 원하는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제시했다. 다만 전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집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이 투자 대상에서 거주 대상으로 바뀌면 10년 후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빈집이 속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수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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