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정 '원팀기조'를 다지고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개최한 연찬회에서 예상치 못한 실언이 나와 '난감한' 상황을 연출했다. 김성원 의원이 '수해 실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2주 만에 또다시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반복된 실수를 의식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찬회 '금주령'까지 내리며 '입단속'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주호영 비대위가 또 한 번의 실언으로 흔들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이지성 작가가 강연에서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작가는 25일 충남 천안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강연 도중 "대한민국 보수정당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할아버지 이미지'"라며 "아내에게 그랬다. 국힘에 젊음의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당신이 들어가면 바뀌지 않겠느냐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현진씨도 있고 나경원씨도 있고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 것 같다"며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고 당신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이 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능력에 따른 평가가 아닌 여성의 외모에만 치중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지성 작가가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해당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배 의원과 나 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문제를 지적하며 이 작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농담으로 한 말", "아무튼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고 살 것" 등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빈축을 샀다. 결국 이 작가의 부인인 당구선수 출신 차유람씨가 대신 진화에 나섰다. 차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인 이지성 작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과분한 초청에 결례를 끼쳐 무척 송구스럽다. 죄송하다"고 했다.김성원 의원의 '수해 실언'이 논란이 된 지 불과 2주만에 또 실수가 반복됐다. 반복된 리스크를 의식해 내린 '연찬회 금주령'도 소용없게 됐다.
잦은 논란에 주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당 내부에선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잇단 구설수로 비대위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 작가의 연찬회 특강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의 부족한 이미지를 보충해주라는 뜻으로 들었다"면서도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다"고 말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앞서 수해복구 봉사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실언한 김성원 의원의 태도에 대해서도 "김 의원이 장난기가 좀 있다, 평소에도"라며 "늘 보면 장난기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작가의 발언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오전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연찬회라면 당내 화합을 도모하고 성찰하면서 국민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기 위한 자리"라며 "연찬회는 축제가 아니라 약속과 화합의 자리다"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 외부 인사를 초청할 때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결국 이런 사달이 나버렸다"며 "설령 초청 강연자가 엉뚱한 발언을 한다고 해도 의원들이 제지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거기서 박수치고 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찬회는 윤 정부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며 "또 다른 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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