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역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유럽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진데다 천연가스 공급 혼란이 지속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날(23일)까지 탄소배출권 관련 ETF들은 전체 ETF 가운데 수익률을 상위권을 석권했다.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수익률 18.21%를 기록해 수익률 1위를 차지했고,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17.75%),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17.09%),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16.93%) 순으로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탄소배출권 ETF들의 수익률은 부진했다. 지난해 '탄소 중립' 바람을 타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에너지 대란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에 연동되는 ETF 상품들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24일부터 6월30일까지 탄소배출권 ETF 4개 중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1.83%) 등 2개가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나머지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1.23%),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0.75%)의 경우에도 수익률이 미미했다.
[자료제공=신한자산운용]
하지만 최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시현하며 유럽 지역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신한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유럽탄소배출권(EUA)과 영국탄소배출권(UKA)는 톤당 각각 98.01유로, 97.75파운드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제도 보완에 다시 힘을 쏟으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유럽이 에너지 안보 위기에 몸살을 겪고 있다는 점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 천연가스를 둘러싼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인 가즈프롬은 또 다시 시설 정비를 이유로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가스 공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런 소식에 지난 한 주간 유럽 TTF 천연가스 가격은 20.3% 상승하며 250유로/MWh에 바짝 다가섰다.
증권가에서는 탄소배출권 등 환경 관련 테마형 ETF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농업, 환경, 인프라, 저탄소, 천연자원, 신재생, 통신, 목재, 물과 관련된 ETF의 주가가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수익률 및 자금 흐름 측면에서 모두 평균보다 우수했던 테마들은 농업, 환경, 신재생에너지, 통신, 물"이라며 "정책적 모멘텀, 기후 등 매크로 환경까지 고려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물, 환경 등의 테마가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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