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난 그 후①] [단독] "고사리 팔아 생계 유지"…재난 지역 빈곤층 증가 2배 높아
입력 2022-08-23 19:00  | 수정 2022-08-23 19:46
【 앵커멘트 】
2020년 산불과 홍수 등 각종 재난으로 우리는 75명의 이웃을 잃었고 1조 3,000억 원의 재산손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재난은 2015년부터 인명과 재산피해를 늘리고 있고 기후변화는 앞으로 다가올 재난이 더 막강하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고 이재민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MBN 특별기획 '재난, 그 후의 기록과 삶'은 각종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의 이재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 시스템을 점검했습니다.
먼저, 이재민들은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것도 모자라 빈곤의 늪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재난이 일어난 지역의 빈곤층은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이상주 기자가 만났습니다.



【 기자 】
연둣빛 새 생명이 그날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지만 통째로 숯이 돼버린 나무에는 화마가 할퀸 검은상처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2019년 4월 4일 저녁 7시 강원도 고성군의 야산에서 작은 불이 시작됐습니다.

그날은 건조했고 강풍도 불었습니다.

불은 순식간에 평온하던 고성 일대를 집어삼켰습니다.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던 김동아 씨는 농장이 불에 모두 탔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집도 없이 창고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동아 / 2019년 고성산불 이재민
- "지금 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감각이 무뎌지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무감각 상태예요.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고…."

2020년 구례마을을 덮친 섬진강 홍수.

2년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은 지금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일순 / 2020년 섬진강 홍수 이재민
- "2년 돼가네요 이달 말이. 소가 30마리였는데 다 떠내려가 버리고 부상을 당했든 어쨌든 걸어서 들어온 건 11마리였어요. 10년 정도는 가야 어느 정도 복구가 된다고 봐야죠."

불과 물, 지진으로 집과 살림살이, 전 재산을 잃은 이들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받은 것은 한 달에 50만 원이 되지 않는 긴급 복지 지원금과 주택복구비용 1,600만 원이 전부입니다.

지원금은 최대 두 달만 지급되기 때문에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산불 이재민들은 잿더미가 된 산에 올라 고사리를 캐야 했습니다.

▶ 인터뷰 : 주미자 / 2022년 울진산불 이재민
- "고추농사도 좀 짓고 건조기도 있고 여러 가지 짓고 팔고 좀 쓰고 살았는데 다 타버리고. 고사리 팔아서 한 20만 원씩 보태서 쓰고 노령연금 나와서 쓰고. 그럭저럭 그러고 있습니다."

MBN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111개 지역의 근로와 재산형태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특별재난지역에서는 잠재적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차상위계층이 재난 발생 1년 후에 7.2% 2년 후에는 1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평균인 3.2%, 4.9%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재난 이후 시간이 갈수록 지역 주민들의 삶은 팍팍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재난이 이재민의 일상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까지 덮친 겁니다.

▶ 인터뷰 : 최호연 / 2017년 포항지진 이재민
- "이것 때문에 삶 자체가 무너지고 그래 버리니까 저도 답답하죠. 사회적으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지금 이러는 실정에서 그거는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진짜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MBN뉴스 이상주입니다.

영상취재 : 이우진 기자·최양규 기자
취재지원 : 남동연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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