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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랑이’의 라트비아 평가전 졸전? 더 큰 걱정 따로 있다
입력 2022-08-22 20:26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19, 20일 청주 라트비아와 2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모두 승리했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여랑이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걱정은 따로 있다.
대표팀은 지난 19, 20일 청주체육관에서 라트비아와 2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1990년대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국내 최초의 여자농구 평가전은 아니다. WKBL 출범 전에는 이미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 이력이 있다)이었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라트비아와의 2차례 평가전은 모두 졸전이었다. 라트비아가 주축 선수가 대거 빠진 어린 팀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박지수가 없는 대표팀이 어떤 농구를 할 것인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190cm가 넘는 빅맨을 상대하는 전술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공격에서는 확실한 패턴 플레이도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개인 기량에 의존한 플레이, 마치 3x3 농구를 보는 듯했다. 국제무대에서 대표팀의 강점으로 유일하게 꼽힌 3점슛도 라트비아보다 뛰어나지 않았다. 2차전에선 오히려 밀렸다.
그럼에도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은 분명 큰 경험이었다. 대표팀 농구의 매력을 전혀 뽐내지 못했지만 대신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배웠다. 2022 국제농구연맹(FIBA) 호주여자농구월드컵까지 한 달여 남았으니 이제는 보완해야 할 차례다.
문제는 보완 후 증명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최종 12인 엔트리가 결정된 후 2차 소집이 된 다음의 플랜이 없다. 즉 추가 평가전이 치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배운 것을 보완, 다른 평가전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데 이 마지막 과정을 밟지 못한 채 농구월드컵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 과정이 없다면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은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코로나19 시대에 평가전 계획을 세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이번 라트비아와의 2차례 평가전 역시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일본을 연결해 만든 작품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평가전을 하고 싶어도 연락이 오는 곳이 거의 없다. 이번 라트비아 평가전 역시 일본과 협업해 만든 결과다.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라트비아 평가전을 치를 수 있게 만든 협회의 노력은 분명 의미 있다. 그러나 만족해선 안 된다. 이미 농구월드컵에 참가하는 여러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최근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렀고 벨기에전까지 앞두고 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왔다. 오랜만에 열린 국내 평가전에 자축한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농구의 수준이다. 오히려 반성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다. 남자 중고교 팀과 경기를 치르는 게 최선이다. 대표팀이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대회는 한 달이나 남았다. 라트비아와의 평가전 이후 농구월드컵을 곧바로 치른다면 1승은커녕 접전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추가 평가전이 없다면 대표팀의 대회 전망은 어둡다. 현 상황에서도 대표팀은 농구월드컵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 중 가장 약하다. 최근 FIBA 여자농구 전문 칼럼니스트가 파워랭킹 10위로 뒀지만 박지수를 배제하지 않은 평가였다.
많은 사람이 여자농구의 부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노력과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쉽고 빠르게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선수들의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건 바로 지속적인 평가전이다(10년 넘게 진행할 장기적인 플랜은 현재 없다). 농구월드컵을 앞두고도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이 전부라면 미래를 기대할 이유는 없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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