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로 부동산 하락장이 본격화되면서 공인중개업소를 끼지 않는 직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손해를 보고 매도하느니 가족·친인척·입양자 등 특수관계인 간 증여거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581건 가운데 72건이 직거래 물량이었다. 전체 주택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3%로 집계됐다. 지난 6월(8.1%)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4.2%포인트(p) 늘었다.
서울 성동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소유주는 "다주택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아 거둬들였다"며 "그냥 아들과 딸에게 2분의 1씩 증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많아 자녀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어서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8월 셋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0.09%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둘째 주 이후 15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 역시 0.09% 하락했다. 지난 2019년 3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직방이 아파트 상승거래와 하락거래 추이를 조사한 결과 서울 기준 하락거래가 상승거래를 앞질렀다. 오차범위(±1%)를 넘어서는 하락거래의 비율이 54.7%에 달했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직전 거래가격보다 3억원 가까이 낮은 금액에 직거래된 매물들의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갑구 변동 내역을 확인해 보면, 대부분 생년월일상 부모와 자녀의 나이 차이 수준이거나 이름이 비슷했다"며 "정상 거래에서 나오기 어려운 금액에 손바뀜된다면 증여거래일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부동산 증여를 결정했다면 실행에 옮기기에 좋은 시기라고 조언한다.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급매물이 아니면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 손해를 감수하면서 파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증여세가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족 간 시세보다 저렴한 가액으로 매매행위를 할 시 조세 회피를 막고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시가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증여세는 시가와 거래가의 차이가 최대 30% 또는 3억원 이내일 경우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전세나 대출 등을 낀 부담부증여 시에는 채무금액을 제외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증여가액이 더 낮아져 자녀에게 유리하다. 채무승계에 대해서는 부모가 양도세를 납부하는 구조다.
거래할 부동산이 아파트라면 직전 실거래가인 시세가 시가가 된다. 신축주택·단독주택·다가구주택 등은 최근 거래 내역이 존재하지 않고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는 과세표준이 개정돼 취득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만 증여 시 공시지가를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적용하고, 내년부터는 시가인정액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시가인정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공시지가를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자녀에게 증여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납부해야 하는 세금도 줄어들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