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유난히 가문 시기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헝거스톤'이 목격되고 있다. 헝거스톤은 수위가 역대급으로 낮아졌음을 알 수 있는 문구를 새긴 돌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가디언 등은 최근 몇 주 동안 독일 라인강을 따라 헝거스톤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강물이 마르면 노출되는 헝거스톤은 '배고픔의 돌' 또는 '슬픔의 돌'로도 불리며 극심한 가뭄과 기근을 예고하는 지표로 이용돼 왔다.
독일과 체코 사이를 흐르는 엘베강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유명한 헝거스톤에는 '나를 보면 울어라(Wenn du mich siehst dann weine)'라고 적혀 있다. 다른 헝거스톤에는 가뭄이 흉작·식량 부족·물가 급등·굶주림 등을 가져왔다고 표현돼 있다. 가뭄이 발생한 주요 년도를 파악할 수 있는 헝거스톤도 나왔다.
스페인 발데카나스저수지에서는 기원전 50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예상되는 스톤헨지가 발견됐다. 최대 높이가 1.8m에 달하는 거석 150여개가 원형을 이루고 있는 '과달페랄의 고인돌'이다. 이 유적은 지난 1963년 독재자였던 프란시스코 프랑코 체제에서 농촌 개발 프로젝트 일환으로 저수지를 개발하면서 수몰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기념비 전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세르비아 다뉴브강에서 발견된 독일 군함. 제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진격을 피해 후퇴하다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탈리아 오글리오강에서는 청동기 시절 건축물 토대가 코모호수 바닥에서는 10만년 전의 사슴·하이에나·사자·코뿔소 등의 잔해가 포착됐다. 포강의 어부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사용됐던 폭탄을 건지고 있다. 무게가 450㎏에 육박하는 미국제 포탄이었다. 내부에는 240㎏의 폭발물이 장착돼 있었다. 세르비아 다뉴브강에서는 탄약이 실린 채로 침몰한 독일 군함이 발견됐다.로마 티베르강에서는 네로 황제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다리는 네로 황제가 어머니의 저택을 편하게 오가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에서는 빙하가 녹아 철기시대 양털옷 및 로마시대 샌들과 1980년대 이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반객의 유골이 각각 수습됐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세계 최대 석불인 러산대불은 받침대까지 눈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됐고, 양쯔강 바닥에서는 600년 전 조각된 것으로 관측되는 불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계적 가뭄 현상이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국제연합(UN)은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오는 2050년에 전 세계 인구 75%가 가뭄의 위협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드레아 토레티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JRC) 연구원은 "아직 상황이 진행 중이지만 최근 500년 기준 지난 2018년만큼 가뭄이 심한 경우가 없었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