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6년 키웠는데 친아들 아냐"…시험관 통해 얻은 아이 유전자 불일치
입력 2022-08-17 11:52  | 수정 2022-08-17 12:58
26년 전 시험관 시술을 받은 A씨가 아들의 유전자 불일치를 확인한 뒤 담당 교수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영상 캡처)
부부 모두 B형인데 아들만 A형…담당의 "돌연변이라 그러니 걱정 말라"
지난달 유전자 검사 진행 후 불일치 판정 받아…공소시효 지나 소송도 난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얻은 아들의 유전자가 자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26년 만에 알게 된 아버지의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 응한 아버지 A씨는 이상하다는 점을 알아챈 계기에 대해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쯤 간염 항체 주사를 맞은 다음 검사를 했는데 소아과 선생이 '아이가 A형인 거 알고 계시죠?'라고 하더라. 그런데 저희 부부는 둘 다 B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모가 모두 B형인데 A형 아들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에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26년 전 시험관 시술을 담당했던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교수는 '시험관 아기한테는 돌연변이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해외자료에 나와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담당 교수의 말을 신뢰했던 A씨는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20년이 지나 아들이 성인이 된 시점에서 아들에게 혈액형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해당 병원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병원으로부터는 돌아온 답변은 '자료가 없다'는 어이없는 답변이었습니다. A씨는 "(담당 교수가) 몇 달이 지나도 답이 없길래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말씀드렸더니 그 당시 자료가 없어서 어떻게 도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 처음 '이게 이상하다.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A씨와 아내는 지난 7월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들의 유전자가 A씨의 아내와는 일치했지만 A씨와는 일치하지 않게 나온 겁니다. A씨는 "검사소에서도 (검사 결과가) 이상해서 두 번이나 더, 총 세 번을 검사해보셨다고 한다"며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검사소) 그 분한테 돌연변이 사례를 보신 적 있냐고 여쭤봤더니 없다고 하더라.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라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아들의 '유전자 불일치' 결과를 받아든 A씨는 이후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 담당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A씨는 26년 전 시험관 시술 후에도 해당 교수에게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아왔고, 둘째도 해당 교수에게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얻었는데, 곤란한 일이 생기니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린 겁니다. 이에 시술을 진행한 병원 측에도 연락을 취했으나, 병원 측은 해당 교수가 정년퇴직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합니다.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좀 알아보니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병원 실수로 이런 사례가 너무 많다고 하더라. 실수 아니고선 어려운 상황이라더라"며 "처음에는 진실만 알고 싶었는데 병원에서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저는 피해를 보고 있는데 가해한 사람은 없다 보니 법적 대응도 준비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제가 마음을 좀 추스르고 설명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아직 말 못했다"고 참담한 심경임을 전했습니다.

한편, A씨는 병원 측의 소명을 듣기 위해 소송도 알아봤지만, 공소시효가 아이의 혈액형을 안 날로부터 10년인데 지금은 26년이나 지나 승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도 소송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A씨는 한국소비자원, 대한법률구조공단, 로펌 등 다 문의를 했는데 끝까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만 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20년 전 의사 말을 믿었던 게 너무 후회된다.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고, 상처를 주면서 덮을 생각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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