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망 뒤 재산 물려주겠다는 각서…대법 "유언처럼 철회 가능"
입력 2022-08-17 09:41  | 수정 2022-08-17 10:08
대법원 외경 / 사진=연합뉴스
내연녀와 낳은 아들에 '부동산 사인증여' 약속 후 철회
1·2심, 승소…대법 "유언처럼 철회 가능하다"

사망 시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계약도 유언처럼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내연녀인 B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A씨는 자신이 사망하면 소유 부동산을 이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서를 써줬습니다. 해당 부동산에는 B씨 명의로 근저당권도 설정해줬습니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A씨와 아들 사이도 단절됐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친자 확인 소송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법원은 A씨와 아들의 부자 관계를 인정하며 A씨가 B씨에게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조정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써 준 부동산 증여 각서를 철회한다면서 법원에 근저당권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근저당권 말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근저당권 설정의 전제가 된 부동산 증여 각서가 철회됐으니 더는 근저당권의 효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B씨의 상고로 사안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B씨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심리의 쟁점은 유언에 따른 증여를 언제든 철회할 수 있게 한 민법 조항을 이번 사례처럼 '사후에 물려주겠다'는 각서, 즉 사인증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사인증여 역시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이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그 실질적 기능이 유언과 다르지 않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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