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휴대폰 액정 깨졌어." "해외에서 소파 결제 됐어요."
이처럼 심리적 약점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나이와 성별, 직업 등에 따라 타깃을 설정해, 노인들 뿐 아니라 20대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12일 KB국민은행이 금융사기 피해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수법이 연령대별 생애주기적 특징을 악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보이스피싱의 주요 타깃이 되는 고연령층 고객의 경우 가족·지인 등을 사칭해 대포통장으로 이체를 유도하는 '메신저 피싱' 피해가 많았다. "엄마, 나 휴대폰 액정이 깨졌어"라는 허위 문자에 속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60대 여성이 주로 피해를 봤다.
20대도 '허위 결제 문자'나 '택배사 사칭 문자'를 통한 해킹 앱 설치로 개인정보가 탈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뜬금없이 해외 결제가 됐다는 등의 문자는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최근엔 허위 모바일 청첩장의 인터넷 주소(URL)를 누르게 하는 사기수법도 늘고 있다.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소상공인을 노리는 보이스피싱도 활개를 치고 있다. 50대 남성의 피해가 컸다.
택배사 사칭 수법도 있다.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택배를 보관하고 있다고 속인 후, 해킹 페이지에 접속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50대 여성이 주요 타깃이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별로 피해에 취약한 성별과 연령대가 존재하는 만큼 고객의 연령이나 특성에 근거한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별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은행이 1080억원으로 전년대비 38.1% 감소했지만 증권사는 220억원으로 되레 144.4% 늘었다. 연령별 피해액은 40~50대가 87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이 61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19년 이후 6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피싱에 당하지 않기 위해선 출처가 의심스러운 URL 주소를 접속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터치 한 번만으로도 원격조종 앱이 설치되고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송금한 경우엔 즉시 경찰청(112), 금감원(1332), 금융회사 콜센터 등에 전화해 상대 계좌를 지급정지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피싱 등에 노출됐다고 의심이 들면 '피싱아이즈' 앱 등을 활용해 악성 앱 설치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은행에 문의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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